"칼갈이 이런 사소한 일이 정말 절실" 주민 삶 밀착한 민원서비스 '인기'
9일 울산 북구 송정동서 'OK 생활민원 현장서비스의 날' 운영
울산시 주민자치팀장 "물건 고장 불편 개선하려는 취지로 시작"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병솔 너무 예쁘죠. 집에 안 쓰던 화분 들고나오길 잘했네.”
9일 울산 북구 송정동 ‘OK 생활민원 현장 서비스의 날’에서 분갈이 서비스를 받은 김복순씨(65여)는 꽃봉오리 상태의 ‘병솔’을 취재진에게 자랑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송정복합문화센터 인근 공원에서는 울산 북구의 첫 번째‘OK 생활민원 현장 서비스의 날’이 운영돼 인근 주민들로 붐볐다.
김씨가 방문한 ‘화분 분갈이’ 부스에서는 빈 화분을 들고 오면 1인당 초화류 1개를 심어준다. 만더벨라, 병솔, 금화, 카네이션, 로즈마리, 캅과눌라, 말발도리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 중인 김씨는 전날 아파트 방송을 통해 ‘OK 생활민원 현장서비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는 화분을 챙기며“이렇게 사소한 기쁨도 주민 생활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런 것도 다 세금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같은 시각 ‘자전거 수리’ 부스 앞에는 자전거 줄이 길게 이어졌다. 부스 내에서는 구청 관계자들이 자전거 바퀴 펑크, 튜브, 브레이크를 보수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자전거를 수리하러 왔다는 이준휘씨(54·남)는 “아파트 게시판 안내문을 보고 집에 방치되던 고장 난 자전거를 가지고 나왔다”며 “좋은 행사인 것 같은데 2시간밖에 안 해서 아쉽다. 더 길게 자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의 관심은 ‘칼갈이 부스’에 있었다. 주부들은 저마다 신문지에 꽁꽁 싸 온 칼을 자원봉사자에게 건넸다. 그 옆에서는 명문 칼관리사가 기계를 이용해 칼을 갈았다. 칼갈이는 과도, 식칼 등 1인당 2개까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울산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된‘OK 생활민원 현장서비스’는 가정에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생활 불편 민원을 주거지 인근 공원이나 다세대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해결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사업은 2009년 남구에서 처음 도입돼 올해부터 시 차원에서 울산 전역으로 확대됐다. 시에서 주최하기 때문에 동별로 시비 700만원씩 들여 운영 중이다.
전파상이 사라진 요즘 ‘현장 서비스의 날’ 운영은 주민들이 각종 제품을 수리하기 위해 수리 업체를 찾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만난 최명범(53) 울산시 주민자치팀장은 “김두겸 시장님이 당시 남구청장으로 계실 때‘드라이가 고장 났는데 고칠 방법을 몰라 버렸다’는 민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며 “우리가 생활하다 보면 고장 나 버려지는 물건들이 있는데 그런 불편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 팀장은 “55개 읍면동을 찾아가면서 지역 내 주민들 특성에 따라 달리 운영하고 있다”며 “울주군의 경우 어르신들이 많으니 구두나 도마를 고친다거나, 이곳 송정동은 젊은 세대가 많으니 자전거를 고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송정동 현장서비스 행사에는 300여명의 주민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된다. 수리 서비스는 북구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모집된 바르게살기 협의회, 그린리더 협의회 등의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 상대로 자발적으로 제공했다.
행사 운영을 맡은 북구청 주민자치과 이상호 주무관은 “자전거 수리는 원래 북구에서 중점적으로 하던 일이고 화분 분갈이는 남구에서, 칼갈이는 중구에서 각자 하고 있었다”며 “그러다 올해 시 전체로 합쳐지면서 주민 반응이 좋았던 서비스들로 아이디어를 합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10월까지 북구 7개 동에 찾아갈 예정이니, 현장 서비스 행사에 참여하셔서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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