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고유 모델 국민차…'포니' 탄생 50주년 전시회 가보니
울산박물관서 9월22일까지 진행… 차량 실물도 전시
현대차 '100% 생산 국산화' 성공… 한때 점유율 43.5%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우리 고유의 자동차 모델을 수출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지난 1974년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 생산 자동차 모델 '포니'(Pony)가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포니 개발 전까지 국내 자동차 산업은 외국 자동차 모델 부품을 수입해 조립 차를 만드는 수준이었다. 1968년 지은 현대차(005380) 울산공장 역시 영국 포드의 조립 공장으로 출발했다.
자체 기술 없이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조립 생산에 한계를 느낀 현대차는 1973년 고유모델 자동차 개발에 나섰다. 당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절대 불가능"이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자동차 생산 100% 국산화'를 위한 도전정신으로 신속히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9개월 뒤 울산 양정동 현대차 공장에서 국산 차 포니 생산이 본격 시작됐고 이듬해 1월 출시됐다.
'불가능' 속에 탄생한 포니는 우리나라 최초의 승용차 수출, 유럽·북미 시장 개척이란 역사적 기록도 세웠다. 출시 첫해에만 에콰도르를 시작으로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 1019대를 수출했다. 까다로운 규정과 시험을 거쳐야 하는 북미 시장도 수년 만에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포니 공개 5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자동차 생산 대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포니의 역사를 함께한 울산은 '현대차의 심장'이라고 불리며 국내 최대 공업도시가 됐다.
이와 관련 울산박물관은 이달 3일부터 '첫 번째 국민차, 포니' 기획전시를 열어 관람객들이 포니와 함께한 현대차의 50년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시 첫날엔 화봉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포니의 외관을 살펴보고 있었다. 박물관엔 현재 현대차와 포니 동호회에서 기증한 '포니 3도어'와 '포니2 픽업'이 전시돼 있다.
훗날 현대차 사장을 지낸 이충구 당시 대리가 포니 개발을 위해 이탈리아 현지에 파견됐을 때 기록한 일명 '이 대리 노트'도 전시돼 있다. 당시 언어의 장벽을 크게 느꼈던 현대차 파견팀은 현장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설계 책임자들이 그린 그림을 그대로 모사해 보관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 시제품 명칭 공모 관련 소식이 담긴 신문 지면도 볼 수 있다. 총 5만 8223편의 응모작 중엔 '아리랑' '무궁화' '새마을' 등이 가장 많았지만, 응모엽서를 정리하던 여대생들 사이에서 투표를 통해 '포니'란 명칭이 정해졌다고 한다.
"당신도 자가운전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읍니다"는 신문 지면 광고도 인상적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세를 타면서 포니가 국내 승용차 시장의 43.5%를 차지, 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9월 22일까지 박물관 내 기획전시실2에서 진행된다. 울산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포니의 자랑스러운 기록뿐만 아니라 '나의 첫차'란 추억으로 꽉 찬 포니를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니의 또 다른 이야기는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문화회관의 '오래된 미래' 상설 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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