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의원 '3파전'에 울산 북구 민심은 '안갯속' [격전지 르포]
"보수 결집 안 되고 野도 표심 분열… 누가 당선될 지 오리무중"
"신생 아파트단지 거주 중도층 및 젊은 층 표심이 승부 가를 듯"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박대동도 여당 결집이 안 되고, 야당도 이상헌이랑 윤종오랑 각자 노선이라 단일화도 어렵고 북구 총선은 안갯속인 거라."
4·10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울산 북구 지역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윤종오 진보당 후보가 민주개혁 진보연합의 단일 후보로 결정된 뒤 현역인 이상헌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윤 후보와 이 후보 두 사람에게로 야권 표심이 분산되면 박대동 국민의힘 후보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지만, 이들 3명의 후보 모두 북구에서 한 번씩 국회의원에 당선된 저력이 있어 이번 총선 결과 또한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뉴스1은 지난 16일 오후 장날을 맞아 분주한 호계시장에서 북구 주민들의 이번 총선 관련 여론을 들어봤다.
호계동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 왔다는 70대 A 씨는 "박대동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이상헌 무소속 후보도 만만치 않아서 남은 기간 흐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계동과 농소동엔 '북구 토박이'라고 불리는 토착 주민들이 많아 영남권 특유의 보수정당 입지가 강한 분위기가 읽힌다.
그러나 호계동에 거주하는 60대 보험중개사 B 씨는 "이번 선거는 목표가 하나"라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니까 앞으로 며칠 동안 어떻게든 야권 (후보) 단일화해서 선거해야 조금 승산이 있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B 씨는 진보당 윤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지지한다며 "윤종오는 그래도 울산 북구에서 현대자동차 근로자로 활동한 데다, 구청장도 하고 국회의원도 했다"며 "밑바닥부터 살아온 삶 자체가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서민 중산층의 애환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보수 우세 지역이던 울산에서, 그중에서도 특히 북구 지역에서 진보 성향 정치 세력이 확대된 건 현대차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대거 밀집해 거주하면서부터였다. 이후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청년 인구도 상당수 유입돼 지역 여론을 주도해 왔다.
그러다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북구 지역에 처음 '깃발'을 꽂았고, 이후 대선·총선을 거치며 거대 여야 간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염포동·매곡동·송정동 일대에 거주하는 노동자와 청년 표심이 여야 각 당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계시장에서 벗어나 매곡동·송정동 아파트 일대를 다니면서도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차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60대 매곡동 주민 김 모 씨는 "노동당, 진보당, 정의당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노동자를 대변하기도 했는데, 그 사람들이 국회에 가서 자기 소신껏 발언한다고 해도 그게 실제로는 법률 통과가 안 된다"며 "이왕이면 민주당 출신이었던 이상헌 후보에게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매곡동·송정동에 거주하는 젊은 층의 경우 '특정 정당에 좌우되지 않고 공약만 놓고 평가하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북구 매곡동의 경우 2010년대부터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현대자동차나 인근 공단 노동자들이 다수 이주해 왔다.
매곡동에서 오래 거주해 온 데다 현재 현대차 협력업체 관리직으로 근무 중이라는 C 씨(28)는 "북구 청년들을 적극 지원하는 공약이 있으면 뽑겠다"며 "이상헌 후보는 게임 관련 입법을 많이 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울산역과 울산공항이 위치한 북구 송정동엔 신생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부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송정동에 자리 잡은 지 5년 정도 됐다는 30대 주부 D 씨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진 않는다"며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아이들 복지라든지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공약이 있으면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토착민과 새로 이주한 젊은 유권자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울산 북구의 정치적 특성을 고려할 때 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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