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 1만원 근접’ 편의점주 "영업 손놓아" 근로자 "투잡, 스리잡할 판"

"원가는 오르지만, 매출은 안 올라 인건비 부담 더 과중"
"사측 주휴 수당 안 주려 근무 줄여 여러군데 동시 알바해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된 첫날인 19일 울산 최대 상업 밀집지역인 삼삼동 일대에서 자영업자와 시간제 근로자들인 이른바 '알바생'들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은 넘지 않았다는 소식에도 자영업 사장은 낯빛은 어두웠고 시간제 근로자들의 표정도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나 시간제 근로자들이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 이면에는 '주휴수당' 문제가 내재돼 있었다.

주휴수당은 일주일간 15시간 일한 근로자에게 별도로 지급되는 수당이다.

현재도 자영업자가 시간제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할 경우 최저임금 기준으로 1만원이 훨씬 넘어간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는 주휴수당 부담 때문에 일주일 15시간 이하로 고용하려고 하고, 근로자들은 '알바비'를 더 벌기 위해 '투잡', '스리잡'을 뛰게 되는 것이다.

이날 울산 삼산동 울산 디자인거리에 위치한 C편의점을 찾아 4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해왔다는 자영업자 김모씨(59)를 만났다.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전하자 "이제는 뭐 영업을 포기해야할 판이다"라며 긴 한숨을 내쉬며 허탈해했다.

김 씨는 "우리만 힘든 건 아닐 테지만 특히 편의점은 인건비 인상에 더 취약하고 힘들어 이번 최저임금 인상 소식은 편의점주에게는 더 큰 타격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건비를 아끼려 무인 편의점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번화가 편의점은 빠르게 계산하는 게 중요해 무인으로 운영하게 되면 줄이 길어져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가게 관리를 위해 반드시 사람이 필요한데,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제가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릴 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또 오르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울산 삼산동에 위치한 M편의점을 시작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는 김모씨(45·여)도 "지금 아르바이트생을 6명을 쓰고 있는데, 이렇게 여러 명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휴수당까지 계산하면 어쩔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람 적게 쓰고 고생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주휴수당까지 챙겨줄 수 있으면 저도 좋죠. 그렇지만 원가는 10% 오르는 반면에 매출10% 상승은 안된다"라며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힘든 만큼 최저인금 인상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노조들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임금이 오르면 좋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일반 시민에게 최저 시급을 주고 고용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은 노조들의 입장과 또 다르지 않냐"며 "노조들이 상대하는 대기업이 서울대라면, 자영업자들은 지방대"라며 최저시급 인상이 버거운 자영업자들에게는 차별성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가와 물가가 오르고 최저시급도 오르지만, 매출은 줄고 있기 때문에 사장은 인건비에서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다"며 "이렇듯 사장의 인건비 부담은 아르바이트생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모씨는 "5시간 고용할 아르바이트생을 4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면 아르바이트생도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져서 투잡, 스리잡까지 뛰게 되는 거다"고 말했다.

울산 삼산동 B카페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정씨(32.여)도 "최저 임금이 또 올랐으니,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시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원래 2시간씩 5일 일할 근무자를 찾았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현재 아르바이트생이 3시간씩 평일 5일 15시간 근무를 하고 주휴수당을 챙겨주고 있다"며 "지금도 주휴수당을 챙겨줘야 상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인건비가 더 올랐으니 근무시간을 줄이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 시급이 오르면 마냥 좋아야 할 아르바이트생의 입장도 예상과는 다소 달랐다.

취업준비생 한모씨(23·여·울산 북구 매곡동)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취업 준비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데 구인 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조건에 맞는 가게를 고르는 것이 매번 '하늘의 별 따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모씨는 "하루에 2시간을 구하거나, 일주일에 2번 일하는 등 주휴수당을 챙겨줘야 하는 15시간을 못 채우게끔 시간을 구인 공고에 올려놓는 것을 보면 '주휴수당을 안 챙겨주려고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적으니 돈도 안 되고 투잡을 고민하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은 최대 3개까지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도 봤다"고 말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울산 진장동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정모씨(26·여·울산 북구 진장동)는 "개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면 근무시간이 조정될까 두려웠을 것도 같지만, 아르바이트지만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돈을 못 받진 않을까, 근무 시간에 영향이 있진 않을까'와 같은 걱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고시가 이뤄지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jooji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