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절전지침에 KTX 울산역 이용객 무더위 ‘헉헉’

정부 “역은 규제 아냐”, 코레일 “전력감축 지침 따라”

31일 오전 KTX울산역사 대합실, 최저 온도를 28도로 설정한 역사 내에서 이용객 1명이 부채를 꺼내 더위를 식히고 있다. © News1 노화정 기자

</figure> "저희도 저희지만 대합실에 계신 승객들이 많이 불편하시죠. 어쩌겠습니까. 전력난을 극복하자는 정부 지침이니 따를 수밖에요." (한국철도공사 KTX역 관계자)

"대중교통시설은 냉방온도 제한 규제에서 풀어놨습니다. 실제 운영하는 기관에서 전력을 아끼려고 자체적으로 제어하는 거겠지요." (국무조정실 관계자)

어찌된 걸까?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정부가 대중교통시설에 대한 절전 기준을 두고 말이 틀리다.

코레일 측은 정부 규제로 인해 냉방기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고, 정부는 대중교통시설인 기차역은 절전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 29일 오후 코레일과 정부 양 측과 가진 통화에서다.

35도를 오르내리던 이날 KTX울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 S씨가 제보를 해 왔다.

찜통같이 더운 역사 대합실에 대기하기가 더 이상 참기 힘들다고 했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에 따르면 울산역 등 KTX역사는 정부의 전력난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실내 온도를 최저 28도로 설정하고 이에 따른 냉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전기 사용 주요시간인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와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아예 에어컨 전원을 내린다.

제보 승객 S씨는 "말이 28도지 찜통 속이나 다름없다"며 "게다가 가장 더운 시간대에 에어컨을 끄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런 대중교통 시설물에는 절전의 잣대를 달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루 평균 1만3000여 명이 이용하는 울산역 관계자에게 현재 상황을 물었더니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절전에 동참하기 위해 온도가 너무 올라간다 싶으면 한 번씩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더위에 대처하려고 30인치 대형 선풍기 3대를 돌리는 게 지금으로서는 대안이죠. 가끔 불평하는 분도 계시지만 다행히 크게 반발하는 분은 안 계셨습니다." 울산역 박모 담당의 말이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관계자 역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본부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데 전광판 등을 통해 전력 위기 대응에 동참한다는 내용을 수시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다행입니다."

덥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 제법 목돈을 내고 KTX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제보 승객 S씨는 "기차역은 대중교통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공공기관과 차이를 둬야 하지 않냐"며 "28도로 제한하는 것도, 가장 더운 시간에 에어컨을 끄는 것도 다시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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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KTX울산역사 대합실, 최저 온도를 28도로 설정한 역사 내에서 이용객들이 대형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News1 노화정 기자

</figure>국무조정실 공공부문 에너지절약 담당에게 문의했다. 열차 대기 승객들이 이처럼 무더위로 인한 피해를 입는 데 대한 대안을 듣기 위해서다.

뜻밖의 답이 나왔다. 기차역 등 대중교통시설은 정부의 절전 대책에 따른 온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제한 온도에 대한 입장 차도 달랐다.

냉방에너지 제한조치에는 계약전력 100kw 이상 전기 다소비 건물의 경우 26도로 냉방온도를 제한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경우 이런 제한을 받고 있는데, 정부 관계자에 의하면 3층 이상 건물이면 100kw 이상일 것이고 역사는 이 기준에 따라 28도가 아닌 26도를 지키면 될 거라는 것이다.

다시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자신이 내부에서 확인한 결과 정부가 전해 온 제한조치 대상에는 따로 기차역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대중교통만이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전력을 20% 감축해야 한다는 지침이 나왔는데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운영하는 역, 그리고 열차가 얼마나 많습니까? 움직이는 열차의 전력을 줄일 수도 없는 형편이잖습니까. 그렇다면 역사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테고 그래야만 20%나 되는 전력을 감축할 수 있겠지요."

그는 덧붙여 “무더위가 지속하면서 본부 차원에서도 대합실 에어컨을 효율적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승객이 우선 아니겠냐”며 말을 맺었다.

폭염 속에 어제도 오늘도 대합실 승객들의 부채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hor20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