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네틱댐 설치는 유리병에 암각화 가두는 것”

최초 발견자 문명대 교수, 울산시-문화재청 보존방안 비난

문명대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사진은 지난 4월 울산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앞에서 열린 문화재청의 현장 설명회에서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3.4.11/뉴스1 © News1 노화정 기자

</figure>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최초 발견자는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최근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채택한 카이네틱 댐 설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20일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문화재 보존의 원칙은 원형 그대로 두는 것"이라며 "카이네틱 댐 설치는 유리병 속에 암각화를 가두는 행위"라고 평가절하 했다.

카이네틱 댐은 암각화 전면의 수위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고강도 투명막으로 된 댐을 말한다.

문 교수는 "댐을 설치하기 위해서 암각화 옆과 아래의 암반을 뚫어야 하는데 그 진동에 의해 암각화가 훼손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현실로 일어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카이네틱 댐 설치는 암각화를 보존하는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하는 방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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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네틱댐 조감도. (문화재청 제공) © News1

</figure>문 교수는 1971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일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학술조사를 벌이다 선사시대의 일상을 보여주는 인물과 동물 300여 점이 새겨진 바위그림 '반구대 암각화'를 최초로 발견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1995년 국보로 지정)는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축조된 사연댐으로 인해 해마다 길게는 8개월 정도 물속에 잠겼다가 노출되기를 반복하며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각화는 처음 발견했을 때 보다 바위 표면의 약 25%가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문 교수도 "정확히 몇점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발견 당시 있었던 바위그림 일부가 사라졌다"고 확인해줬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보존방안을 놓고 10년 넘게 대립만 하다 지난 16일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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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운데)가 지난 16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Kinetic Dam) 설치 추진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정 총리, 변영섭 문화재청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2013.6.16/뉴스1 © News1

</figure>그러나 카이네틱 댐 설치를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과정이 남아있다.

문 교수는 "문화재위원들이 카이네틱 댐을 설치 하는데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연댐 물을 50~60% 정도만 채우고 있는데 90% 정도 높이면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연댐을 없애 수위를 더욱 낮추면 새로운 암각화 발견도 가능할 것이다"며 "이는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근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를 활용한 '암각화 길' 같은 것을 조성하면 울산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luewater20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