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 늘리는 서울시…호텔·콘도업은 순항, 노인돌봄은 더뎌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어 구인난 심각 업종에 도입
전문자격 분야는 비자 문제…"충분한 시범사업 필요"

서울시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외국인력 도입 계획.
서울시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외국인력 도입 계획.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서울시가 인력난을 겪는 분야에 외국인을 적극 고용할 방침인 가운데 요양보호사 등 전문 자격이 필요한 분야에선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외국인 고용을 위한 비자, 입국 문제를 두고 정부와의 논의 과정이 있어 업종별로 인력 수급 속도에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뿐만 아니라 외식·호텔업 등 인력난 업종에 외국인력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5월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에서 돌봄, 외식업, 호텔업 등 구인난이 심각한 산업 직종에 외국인력을 도입·육성해 서울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지난해 정부에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요양보호사를 포함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아 최근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정부는 구직 및 유학생 비자를 가진 외국인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취업하면 특정활동 비자(E-7) 변경을 승인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처럼 단기간 인력 수급을 위해 E-9비자에도 요양보호사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지난해 8월 E-9 비자로 한 번에 입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돌봄 인력 확충이란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요양보호사는 전문자격이 필요해 E-9 비자 확대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서울시도 재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자 문제와 관련해선 고용노동부와 법무부와 협의가 필요한 만큼 제도적으로 풀리는 게 있어야 한다"며 "외국인 간병인, 요양보호사 체류 자격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지난해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외국인을 E-9 비자로 채용할 계획이었다가 정부와 이견을 보이면서 철회한 적도 있다. 버스 기사는 대형 면허를 취득한 뒤 1년 정도 운전 경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전문업종 취업을 위한 비자인 E-9에 맞지 않아서다.

전문 자격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선 중장기 인력 수급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내국인 차별 논란이 없도록 충분한 시범사업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지윤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이민 다문화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계속 늘어나고 기피 업종의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인력 충원은 필요하나, 기존 내국인부터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상이 먼저 있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며 "충분한 시범사업을 거친 뒤 외국인력 도입 환경이 마련됐을 때 도입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호텔·콘도업에서는 꾸준히 외국인력 수급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서울 등 4개 지역 호텔·콘도에서 외국인 노동자(E-9)를 청소원이나 주방보조로 고용할 수 있게 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호텔·콘도의 외국 인력 고용은 시범사업으로 진행해 관계부처 합동 평가 등을 거쳐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8월, 10월 총 3차례에 걸쳐 호텔·콘도 내 외국인 고용허가 신청을 받았고 이달에도 21일까지 2025년 1회차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호텔 업계는 워낙 인력난이 심해서 외국인 비자 허용 쿼터를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