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외로움은 '감기'…"지자체 최초 '외로움' 의제 던졌다"
[고독돌봄]① 송광남 돌봄고독정책관 "협력이 가장 중요"
"영국, 일본 벤치마킹…'손 내밀 수 있는' 창구 마련에 우선"
- 권혜정 기자, 이설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이설 기자 = 대한민국은 10여 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외로움'이 꼽히는 가운데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세계 보건 위협으로 다가온 외로움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나섰다. 서울시는 7월 지자체 최초로 '돌봄고독정책관'을 임명하고 '외로움 없는 서울'을 천명하는 등 '외로움'이라는 의제를 처음으로 던졌다.
총 4513억 원이 투입되는 '외로움 없는 서울'(외없서)의 총괄기획 맡은 송광남 돌봄고독정책관은 서울시에서 가장 '고독하지 않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달 초 서울시청에서 만난 그는 초대 돌봄고독정책관을 맡게 된 이유와 관련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많이 만들어본 사람이라 이 직책을 얻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 그의 사무실 곳곳에는 지난 십수 년간 동료들이 만들어준 플래카드와 편지들이 빼곡했다.
송 정책관은 '외로움과의 전쟁'을 선포한 서울시에 "외로움이라는 의제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올렸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점차 신경쓰고 있지만, 타 지자체의 경우 고독사 등 한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복지' 차원에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며 "반면 서울시는 경증단계에서의 외로움 해결부터 재고립, 재은둔 방지까지 모든 단계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립과 은둔, 외로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스쳐지나가는 '감기'와도 같다"며 "병이라고 생각해 낙인을 찍는 순간 문제는 생기기 마련으로 외로움을 하나의 정책 의제로 정하고 전방위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것이 서울시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송 정책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부서 간의 '협업'이다. 오 시장 역시 '유기적인 협업'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외로움의 원인은 단순히 하나일 수 없기에, 모든 부서가 힘을 합쳐 협력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단편적으로 하나의 문제에 대해 하나의 부서가 접근했다면 이제는 서울시 전체 실·국이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외로움 해결에 협력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공간'에 집중한다. 송 정책관은 "도시는 단절된 공간으로, 이는 외로움을 가져오기 마련"이라며 "고립, 은둔하는 이들이 밖으로 나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의 재공간화를 통해 소통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는 개념으로, 여기에는 오 시장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서울시는 이번 돌봄고독정책관 신설에 앞서 우리보다 먼저 외로움에 집중한 영국과 일본을 벤치마킹했다. 송 정책관은 "영국은 외로움이라는 의제를 선도했고, 일본은 고독사에 집중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두 나라의 사례를 토대로, 고독사 등 외로움으로 인한 문제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외로움 관련 정책은 영국과 일본을 모두 포함한다. 그는 "외로움 단계에서 정책을 펼치는 영국과 고립과 은둔에 중점을 두는 일본을 모두 포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선제적인 외로움 예방부터 재고립·재은둔 방지까지 각 생애주기별로 촘촘하게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알렸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외없서' 정책에 있어 노인과 청년 등 특정 세대가 아닌 '모든 세대'에 집중한다. 그는 "연령대별로 외로움과 고독의 유형과 원인이 모두 다르다"며 "학령기에 발생한 외로움이 청년, 중장년기를 겪으며 커지는 등 종합적으로 외로움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외로움과 고독에 빠진 이들이 언제든 '손잡을 수 있는' 창구 마련에 속도를 낸다. 외로움안녕120, 편의점 QR코드 부착, 마음투자사업 등이 대표적으로 그는 "외로움은 365일, 24시간의 문제"라며 "고립과 은둔에 빠진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외로움을 느낄 때 언제든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마음투자사업'에 대해 "누구나 쉽게 상담기관에서 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8000여 명의 시민이 상담을 받았다"며 "정신상담은 비교적 문턱이 높고, 편견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누구나 쉽게 마음을 열고 상담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 정책관은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서울시의 외로움 관련 정책에 대해 "시장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외없서'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하나하나의 걸음이 모여 더 큰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역할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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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서울시가 외로움과 전면전에 나섰다. 시가 파악한 서울의 고립·은둔 청년은 약 13만 명으로 추정된다. 고독사 절반 이상이 중장년 남성이며, 노인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2~3배에 이를 정도로 위기 수준이 높다는 진단이다. 시가 외로움 문제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은 이 문제가 시민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칸막이 없는 행정'을 구현해 외로움 문제 해결에 서울시 역량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뉴스1은 고립·은둔 대책을 전체 시민으로 확대하게 된 서울시의 이유와 기대 효과를 3회에 나눠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