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디딤돌소득 내년 전국화…이재명 기본소득은 단순무식"

2년 연속 '탈수급' 성과…"중위소득 기준 대상 늘려 재원 확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뤼카 샹셀(Lucas Chancel)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왼쪽에서 두번째), 데이비드 그러스키(David B. Grusky) 스탠포드대학교 사회학 교수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내년 하반기엔 소득보장정책실험인 '서울 디딤돌소득(구 안심소득)'이 전국으로 확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디딤돌소득 지원 대상자 중 탈(脫)수급 비율은 1년 차 4.8% 대비 3.8%포인트(p) 상승한 8.6%로 나타났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DDP 아트홀 2관에서 열린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 특별대담에서 2년 차를 맞는 디딤돌소득의 향후 비전을 묻는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 질문에 "(디딤돌소득이)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것이 전국화됐을 때 어떤 장단점을 가져올 수 있을지, 깊이 있는 토론을 할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디딤돌소득'은 일정 금액을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기준 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 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해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복지제도다. 이날 포럼에서는 2년 차를 맞은 디딤돌소득 성과가 공개됐다. 오 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과 비교하며 디딤돌소득이 선택돼 전국화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근로소득 늘어난 가구 21.8%에서 31.1%로 대폭 증가

이날 포럼에서 공개된 디딤돌소득 가구의 2년간 변화를 살펴본 결과, 중위소득은 85%를 넘었다.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 또한 1차년 21.8%에서 31.1%로 9.3%p 대폭 늘었다.

특히 2차년도의 지원자의 탈수급률은 132가구로 8.6%에 달했다. 이는 1차년도 23가구(4.8%)보다 3.8%p 증가한 수치다. 현행 제도 대비 높은 탈수급률을 보이는 셈이다.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비(非)근로가구'의 근로유인 효과도 관찰됐다. 일을 하지 않는 가구 중 디딤돌소득을 수령 후 근로를 시작한 비율은 비교가구 대비 3.6%p 높았다.

또 교육훈련비를 비교가구 대비 72.7% 더 지출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저축액도 비교가구보다 11.1% 높아 자산형성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현행 제도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 후 급여액에서 일부 차감하기 때문에 자산형성 유인을 저해할 수 있지만 디딤돌소득은 자산이 급여액에 영향을 주지 않아 저축에 대한 욕구를 높여준다는 설명이다.

이번 분석대상은 디딤돌소득 1단계(기준중위소득 50% 이하) 1523가구와 2단계 3588가구로 1차년도 조사보다 규모는 커지고 기간도 길어져 실험의 신뢰성이 높아졌다.

오세훈 "내년 하반기 전국화가 제 꿈…이재명 기본소득은 단순무식"

서울시는 이런 성과를 낸 디딤돌소득이 내년엔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와 논의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정부와의 논의가 진전돼 내년 이맘때쯤 (디딤돌소득 실험) 3년 차 성과가 나오면 그와 거의 동시에 내년 하반기에 전국화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게 제 꿈"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디딤돌소득 전국화 이후 재정 부담에 대해선 "2022년 기준 14.7%가 복지 예산으로 쓰였는데 자연 증가율을 고려하면 2~3년 지나면 20%로 갈 듯하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복지 예산이 20%인데, 감당할 수 있다면 이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각종 현금성 지원을 통폐합해서 디딤돌 소득 틀에 집어넣을지 연구하고 있다"며 "시행할 때는 중위소득 65%를 지원 대상으로 한 뒤 최종목표를 85%로 맞추고 순차적으로 재원을 확보해 나간다면 조금씩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특히 이 대표의 '기본소득'과 비교하며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단순무식한 주장"이라며 "소득정책이 선택을 받아야 전국화가 가능한데 앞으로 기본소득과 비교해 토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재산·소득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소득정책이다.

오 시장은 대담에 참석한 석학들에게 '현금 지원이 근로의욕을 고취하는데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묻기도 했다.

이에 샹셀 소장은 "성장과 분배가 상충관계에 있다는 데 충분히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같은 우려가 있었던 1950~1970년대 서유럽은 실제로 불평등이 매우 적었는데, 그 이유는 중산층, 중저소득층이 사회정책 덕분에 노동시장에 더 접근성을 갖고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포드대학교 교수는 "디딤돌소득은 세대 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자녀들의 고용, 소득에 투자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많은 혜택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소득격차 완화를 위한 세계의 소득보장 실험'을 주제로 세션2가 진행된다. 그러스키 교수가 '소득보장제도와 기존 제도의 통합 운영'과 관련해 특별강연을 하고, 엘리자베스 로즈 박사의 '샘 올트먼 무조건적 소득 연구 실험'에 대한 발표가 이어진다. 그러스키 교수는 장기적으로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의 불균형이 조정돼 노동자 권익이 향상될 수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현금지원 복지제도가 더 적합함을 강조할 예정이다.

마지막 세션(세션3)은 루크 쉐퍼 교수, 로버트 조이스 영국 알마 이코노믹스 부소장, 파시 모이시오 연구교수가 각국의 소득보장제도 현황을 공유한다. 현재 주요 선진국에선 복잡한 사회복지 제도를 간소화하려는 흐름으로 서울디딤돌소득 실험처럼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