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 미성년 유인 앱 최소 300건…기업에 삭제 책임 부여 필요"

이수정 교수 "보호할 대상이 누구인지 선택해야 할 시기"
"영국·프랑스에서는 엄중 처벌…현재 그루밍 앱 최소 300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디지털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9.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최근 잇따르는 딥페이크(AI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 범죄 근절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삭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시대가 온 만큼 정부만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 기업에 삭제 책임 의무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정부가 삭제를 지원해주지만 해외에서는 포털 및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묻는다"며 "보호할 대상이 사업자인지, 사회적 약자와 아동·청소년인지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미성년자 성착취물 사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을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이 돼 있다.

또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에서 플랫폼 기업의 불법촬영물 감시·삭제 의무를 부여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영국 내 서비스 차단 및 형사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미 유럽에서는 수사 협조를 무조건 포털을 중심으로 하도록 돼 있다"며 "이런 법적 근거로 최근 텔레그램이 용의자 신원 요청에 응답하지 않자 프랑스에서 CEO(최고 경영자)에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앱을 모니터링하면 몇분 이상 영상 채팅을 하면 쿠폰으로 아이들을 유인해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 등을 하는 앱이 300~400건 정도 된다"며 "(이런 경우) 영국에서는 채팅 개수와 대화 정도까지 다 체크해서 가중 처벌을 하고 업체가 유지될 수 없을 만큼 '플러스 액션'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국내에서는 정부 위주로 불법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고 있지만 법적 권한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8년 처음 설립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는 지금까지 성착취 영상물을 지울 수 있다는 명확한 법적 조항이 없다. 따라서 서버가 해외에 있는 텔레그램에 영상을 삭제할 경우 겪는 어려움이 상당하다.

박성혜 디성센터 삭제지원 팀장은 "현재 성폭력 방지법에 따르면 디성센터의 설치 근거법이 없는 상태"라며 "국내 법이 통하지 않는 해외 서버로 (삭제 요청을 할 때는) 굉장히 어려움이 있고, 미국 현지 변호사 자문을 통해 불법성을 증명하는 공문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서는 딥페이크 영상물 삭제 지원 권한을 정부에서 지자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딥페이크 영상은 제작까지 단 '7초' 밖에 걸리지 않고, 제작부터 유포까지 너무나 쉽게 가담할 수 있는 구조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불법 합성물 삭제 지원의 주체가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 확대하도록 법령 개정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학교 교육 자체의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봤다. 중학교 교장 출신인 정진권 서울시 교육청 민주시민 생활교육과 과장은 "매년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 생명 존중 등 각종 교육을 수십시간씩 하고 있지만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져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선생님들은 (딥페이크 범죄 우려에) 내년에 졸업 앨범을 제작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있고, 졸업앨범 사진에 개인 단독 사진보다 캐리커처 만화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 정도"라며 "부모님들의 디지털 윤리 교육 강화와 함께 학원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수정 교수는 "이제 디지털 교과서 시대가 왔는데,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칠 때 가치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며 "딥페이크 범죄는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성에 문란해서 생긴 문제는 절대 아니며, 교육부에서 기본적인 목적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