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필리핀 도우미 'E7비자' 필요…김문수 발언 '당황'"(종합)
오 시장 "비용 문제 해결 못하면 중산층 이하 '그림의 떡'"
"실질적 평등권으로 접근해야…법무부, 지나치게 신중"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월초 시작하는 필리핀 가사 관리사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해결책으로 E7 비자 도입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27일 오전 서울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 관리사 임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돌봄인력 도입해 봐야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이라며 "서비스 개시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어렵게 도입한 제도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은 한 달에 최소 83만 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 원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라 최저임금을 적용해 한 달 238만 원(평일 8시간 전일제 근무 기준)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3인 가구 중위소득(471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또 최근 경쟁률 5대1을 뚫고 필리핀 가사 서비스 이용 가구로 선정된 가구 30% 이상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거주한다는 결과에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일부 부유층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오 시장은 "보통의 맞벌이 가정이 이용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육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겠다는 것이 당초에 제가 (2년 전) 제도 도입을 제안한 취지였는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E7 비자 도입과 개별 계약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1월 외국인 가사 관리사를 '가구 내 고용'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별도 비자를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오 시장은 "E7 비자를 활용하거나 직접 수요자가 계약하는 형식을 취하면 ILO 협약에 위배되지 않고 얼마든지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당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문제와 관련해 E7 비자 대상 직종에 '가사사용인' 추가 등을 제안했지만 법무부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삶의 현장에서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코앞에 닥친 현실에 비하면 법무부의 대처는 매우 안이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 대상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반대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도 지적했다. 그는 "고용부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모셔서 시범사업 직전에 있는데 장관 후보자가 헌법상 평등권까지 말하는 것을 보고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평등권은 기계적·산술적 평등권이 아니라 실질적인 평등권"이라며 "우리가 (외국인 가사 관리사에게) 줄 인건비는 현지 국가 대비 몇배가 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평등권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은 매우 형식적인 관찰"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할 경우 체류 기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만약 임금을 (지금보다) 낮게 책정한다면 적어도 체류 기간의 제한은 둬야 한다"며 "체류 의지가 제도와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돌봄 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강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인구구조로는 (인력을) 감당할 수 없다"며 "우수한 돌봄 인력을 지속해 확보하고, 일정 기간 종사 후에는 영주권과 국적을 부여하는 등 이민으로 연계하는 정책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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