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전지·에어매트 '매뉴얼' 부재…언제까지 외양간만 고치나

부천 호텔 화재 이후 소방청, 설치·훈련 매뉴얼 만들기 시작
전문가들 "많이 쓰는 소방 장비부터 매뉴얼 여부 체크해야"

23일 오전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저녁 7시 40분쯤 발생한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2024.8.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설 박우영 기자 =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부터 부천 호텔 화재까지 사고 이후 소방청 차원의 '매뉴얼'이 부재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소방청은 뒤늦게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보조장비에 대한 매뉴얼, 예산 등을 미리 체크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7일 소방청에 따르면 22일 부천 호텔 화재 사건 이후 에어매트와 관련한 통합 매뉴얼을 준비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실험 및 전문가 자문, 검증 등을 거쳐 에어매트 통합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대원의 훈련을 강화할 것"이라 말했다.

부천 호텔 화재 당시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음에도 사망한 이후 에어매트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7층 객실에서 먼저 떨어진 여성이 '가장자리'에 떨어져 반동에 의해 매트가 뒤집혔고, 2~3초 뒤 남성이 매트가 없는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지면서 2명 모두 사망했다.

<뉴스1> 취재 결과 '에어매트' 설치·훈련과 관련해 소방당국 차원의 통합 매뉴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소방서별로 에어매트를 구매해 에어매트 제조사에서 안내하는 설명서에 따라 훈련을 진행했다.

소방 표준작전절차(SOP)에도 에어매트 사용과 관련한 큰 틀의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제조사마다 사용법이 달라 현장에선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에선 에어매트를 인근 지점에서 완전히 펼친 후 낙하지점으로 이동시켜 설치하고, 요구조자가 낙하하기 전 소방차량 확성기 등을 이용해 낙하 시기·방법·위치 지시 등을 하는 등 현장 조치가 부족했던 점이 지적되고 있다.

소방청은 사고 이후 에어매트 설치·훈련 등에 대한 통합 매뉴얼을 부랴부랴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활용이 적은 보조장비라 할지라도 통합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의 모든 장비에 대한 매뉴얼화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한꺼번에 정립하기 어렵다면, 많이 쓰는 소방 장비부터 매뉴얼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에어매트가 자주 안 쓰는 보조 장비여서 매뉴얼이 없었던 것일지라도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면서도 "주장비가 아니어서 예산상 뒷순위로 밀렸을 수 있는데 소방 안전 장비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최우선으로 예산을 배정해 장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소방청의 매뉴얼 부재는 6월 31명의 사상자를 낸 아리셀 리튬 일차전지 공장 화재 때도 확인됐다. 화학물질 사고 위기대응 매뉴얼이 유해화학물질 위주로 돼 있어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된 리튬은 사각지대에 있었다.

또 리튬전지의 불을 끄기 위한 '특수 소화장비'가 미비함이 확인됐다. 소방청은 유해화학물질 사고 대응 표준작전 절차를 개정하고, 리튬전지 소화기 인증 기준도 도입하기로 했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