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애국주의·예산낭비' 비판에 100m 태극기…계획 수정하나
서울시,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 발표…관련 비판 잇따라
오세훈 "조감도에 오해…조만간 직접 설명 드릴 것"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며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설명이 많이 부족했다. 조만간 직접 설명을 할 것"이라며 '국가상징공간' 관련 서울시의 계획이 수정, 혹은 철회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5일 1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 이를 위해 광장에 태극기 게양대와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조성 시점은 2026년으로 태극기 게양대와 함께 영원한 애국과 불멸을 상징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도 조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마자 '지나친 애국주의', '예산 낭비'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서울시 정책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을 통해 "과거 독재 정권 시절 볼 수 있던 과도한 국가주의 상징물을 연상시킨다"며 "광화문광장이 국가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시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광화문광장의 미래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게재된 이 글은 9일 기준 조회수 2000건을 넘어섰다. 시민 공감도 407건을 넘어 서울시 담당부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이밖에 해당 사이트에는 서울시의 이번 계획을 반대하는 글 여러개가 게재된 상황이다.
서울시의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10억 원을 들여 태극기 깃발을 세우려 하는데 의회와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과도한 예산 등을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낡은 국수주의"라며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입장에서 서울시가 이를 재고하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잡음이 잇따른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감도에) 오해가 있다. 조만간 직접 설명을 하겠다"고 언급, 서울시가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오 시장은 7일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자료(태극기 그림)를 만들다 보니 오해가 생겼다"며 "설계 공모를 하게 되면 더 가느다란 형태가 될 것으로, 광화문광장의 디자인이 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낭비' 지적에 대해서도 "게양대를 하나 만드는 데 110억 원이 아니라 그 밑에 여러가지 부대시설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직접 설명을 드리겠다"고 했다.
앞서 오 시장은 1일 민선8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태극기 게양대와 관련한 비판에 "저는 합리적인 사람이다"라며 "귀를 더 열겠다. 조만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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