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난관 복원비 지원'에 반응 엇갈려…"맞춤형 저출산 대책"
연 1억 예산 투입…복원 시술 시민 1인당 100만원 지원
"근본적 원인 외면" vs "다양한 정책 중 맞춤형 정책"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심각한 수준에 치달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서울시가 이번에는 '정·난관 복원 시술비 지원'이라는 새 카드를 꺼냈다.
일각에선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서울시는 '아이를 낳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서울시의 다양한 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3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1조 5110억 원 규모의 '2024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이를 서울시의회에 제출, 심의를 요청했다. 추경의 핵심은 민생경제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 등이다. 이 가운데 저출산을 위한 각종 신규 정책도 포함됐는데, 35세 이상 임산부에 대한 의료비 지원과 정·난관 복원 복원 시술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의견이 엇갈리는 정책은 정·난관 복원 시술비 지원이다. 시는 연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정·난관 복원 시술을 받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00만 원의 시술비를 지원해 임신과 출산을 희망하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시술비에 부담을 느끼는 국민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본질을 벗어난 저출산 해결책이라며 공개적 비난에 나섰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과연 우리 국민들이 정관 난관 복원비가 없어 아이를 안 낳는 것인가"라며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도 이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이미 아이 3명을 출산하고 정관수술을 받은 바 있는 30대 A씨는 "정관·난관 수술을 받았다는 것은 이미 더 이상 아이를 출산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과연 복원수술비를 지원받는다고 추가 자녀 계획을 세울 가정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각자의 이유가 있어 수술을 받은 것일 텐데, 저출산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번 '정·난관 복원 시술비 지원'은 저출생 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 중 하나로,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가정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에서 정관복원수술을 하는 시민들은 매년 100~110명으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으로 예산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4년 정부 차원에서 출산 장려를 위해 정·난관 복원 시술에 건강보험의 적용을 확대한 것에 이어 2019년부터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정·난관 복원 시술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아이를 간절하게 낳기를 희망하거나 출산하려는 의지가 있는 가정을 위한 맞춤형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을 통해 출산을 근본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난임 시술비 지원처럼 각종 칸막이를 없애려는 시도"라며 "마치 이번 정책이 서울시 저출생 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오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설명처럼 이번 정책이 일부 가정에 혜택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시민은 "정관수술을 받았으나 다시 임신과 출산을 하고 싶은 가정이 있다면, 이번 정책이 하나의 유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억지로 임신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가정에 지원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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