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서울대공원 멸종위기 아이들…"우릴 더 지켜주세요"

1년간 호랑이 4마리 폐사…국내 유일 몽골 야생말 사망
체계적 시스템 필요…"지침 준수·길쭉한 거주 공간 필요"

지난달 숨진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최근 서울대공원에서 시베리아 호랑이 등 멸종위기 동물이 잇따라 폐사하면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이 갇힌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환경 풍부화'(동물원에서 야생에서의 습성을 유지하고 종(種) 고유 특성 유지하도록 노력)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지난달 6세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가 숨진 데 이어 이달 3일 국내 유일 야생말인 13세 '용보'까지 세상을 떠났다. 두 마리 모두 평균 수명보다 일찍 사망했다.

태백이는 올해 2월부터 변 상태가 좋지 않는 등 건강 이상 증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부터는 먹이 섭취량이 크게 줄었고, 4월 15일 전신 마취를 통한 치료·건강 검진을 받다 4일 뒤에 폐사했다.

영상·혈액학적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담도계와 간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 서울대공원측은 "급성 간담도계 질환의 경우 다양한 연령의 고양이과 동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맹수동물의 특성상 지속적인 전신마취 및 적극적인 수액처치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현재 대공원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외부 기관과 함께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 태백이의 사망으로 최근 1년간 대공원에서는 멸종위기 1급인 시베리아 호랑이가 총 4마리 잇따라 폐사했다. 그중 평균 수명인 15세를 채운 호랑이는 올해 2월 폐사한 19세 '아름'이 뿐이다.

지난해 5월에는 1세 '파랑'이 고양이과 동물 전염병인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려 숨졌다. 같은해 8월에는 10세 호랑이 '수호'가 열사병으로 숨졌다.

또 2022년 7월에는 호랑이 간 싸움이 나면서 14세 가람이 폐사했다. 사육사가 외부 방사장에 호랑이가 있는 것으로 모르고, 내실 청소를 위해 가람을 외부 방사장으로 이동하면서 벌어진 사고로 알려졌다.

대공원에서 폐사한 야생동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 건강했던 13세 몽골 야생말 용보는 이달 3일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발굽 관리 과정에서 전신 마취를 받은 뒤, 스스로 일어나지 못해 폐사했다. 용보 역시 15~20세인 평균 수명을 채우지 못했다. 1960년대 몽골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진 '몽골 야생마'는 전 세계에서 2500마리 정도 남아있다.

전문가는 잇단 폐사를 막기 위해 체계적인 야생동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1년새 멸종위기 동물이 잇따라 폐사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서울대공원 호랑이의 사망을 두고 사육사 근무 지침 미준수와 사육관리 시스템 부재를 지적했다. 특히 2022년에는 '2인 1조' 근무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꼽혔다.

또 최근 5년간 서울대공원에서 폐사한 동물 중 평균 수명을 채운 동물은 4마리 중 1마리에 불과하다. 김경훈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서울대공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동물 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10월 서울대공원에서 폐사한 771마리 가운데 노령으로 폐사한 동물은 181마리였다.

일각에서는 동물원이 환경 풍부화 관점에서 관리 구조를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항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영국 런던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지내는 곳은 (국내에 비해) 굉장히 길고 S(에스)자로 구불구불한데 (야생처럼 다양한 공간이) 호랑이를 위한 환경"이라며 "똑같은 면적을 가지고도 (동물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법은 (공간을) 길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동물원 설계는 최대한 사람들이 많은 수의 호랑이를 볼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반면 해외 동물원은 호랑이를 멸종위기 메시지를 전하는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