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용산구청장 책임론…책임 회피·거짓해명 논란도

당일 현장에서 구조활동 도왔지만…상황판단회의 불참
안전 대책도 참사 대응도 미흡…"오해 적극 소명할 것"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눈가를 닦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전 대비와 사후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10일 용산구청 '나도 한마디' 게시판에는 '용산구청장은 책임지고 사퇴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랐다. 글쓴이는 "이태원 참사의 제일 본질적인 문제는 행정 관리 부재"라며 박 구청장이 사퇴하는 것이 희생자에 대한 추모라고 꾸짖었다.

이 게시판에는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현재까지 박 구청장과 용산구청을 비판하는 글이 200여개 정도 올라왔다. 구청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에 대해 박 구청장의 대비와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은 언론에서도 연일 제기되고 있다.

◇ 사전 긴급대책회의 불참하고…참사 당일엔 관내 비워

먼저 사고 대비와 관련해 용산구청은 지난달 27일 핼러윈을 앞두고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했지만 박 구청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용산구는 부구청장 주재로 핼러윈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10월31일까지 긴급대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느라 인파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다.

박 구청장이 참사 당시 행적도 문제가 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전 집안 제사 참석과 군수 면담 등의 목적으로 경남 의령군을 방문했으며, 그날 오후 8시20분쯤에야 이태원 퀴논거리 근처에 있는 집으로 복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이태원 일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구청이 긴급대책기간을 지정한 상황에서 구청장이 관내를 벗어난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27일 용산구가 생산한 내부문건에는 "핼러윈 기간에 이태원 일대 방문자 증가가 예상됨"이라는 문구가 있어 구가 당일 상당한 인파가 이태원으로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방증했다.

9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녹사평역 광장 분향소는 오는 12일 까지 운영된다.2022.1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현장 나가 구조활동 도왔지만…상황판단회의 불참 등 지적

박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귀가한 이후 집에서 머물다가 오후 10시51분쯤 주민의 문자로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8분 만인 오후 10시59분 현장에 도착한 박 구청장은 인원 통제 등 구조를 돕는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청은 박 구청장이 현장에 이튿날(10월30일) 오전 1시30분까지 머물며 구조활동을 지원했으며 그사이 구청 직원들에게 사고 대책 상황 회의실 설치,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통합지원본부 구성, 직원 긴급동원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박 구청장은 임시 시신안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오전 직접 원효로다목적 체육관을 방문해 현장을 통제하고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 측은 사고 당일 경황이 없는 와중에서도 최선을 다해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고 밝혔지만 언론에서는 당시의 행적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계속해 제기됐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언론보도를 통해 박 구청장이 참사 직후 현장에서 6차례 개최된 '상황판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회의에서는 소방 지휘부, 서울시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4차 회의 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참석했다.

박 구청장이 상황판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당시 현장 지휘관들이 모여 회의를 한 것 같다"며 "저희는 용산보건소장이 참석해 환자 이송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구청장에게 참석해달라는 요청은 없었다"라며 "그런 회의가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덧붙였다.

◇ "언행 경솔하다" 지적…'거짓해명' 의혹도

박 구청장에 대한 여론 악화는 사실 참사에 대한 그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건(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축제이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된다" 등의 발언을 해 참사가 발생한 지역의 단체장으로서 경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박 구청장이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언급한 '마음의 책임'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구청장의 무한한 책임이다.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제 마음의 책임"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참사에 대한 법적책임을 피하기 위해 '마음의 책임'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또 참사 이후 박 구청장은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면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 '거짓해명'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먼저 박 구청장은 참사 이전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례대로 부구청장이 주재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지만 2020년과 2021년의 경우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구청장 주재로 민관 합동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해서도 박 구청장은 최초 지방에서 돌아온 뒤 사고 발생지 인근의 이태원 '퀴논거리'를 두 차례 살피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서 박 구청장 측은 "당시 경황이 없어 잘못 해명을 했다"라며 해명을 번복했다.

박 구청장 측은 현재까지 구청장과 관련돼 제기된 비판 중 상당 부분이 오해로 인해 생겨난 것이라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이에 대해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박 구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