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8대 서울시의회 임기 종료(종합)

'세월호 조례안' 등 37건 처리 후 임기 마무리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서울시의회 건물 © News1 고유선 기자

</figure>제8대 시의회가 30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지난 4년 간의 임기를 끝마쳤다. 이로써 여러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8대 의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8대 시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서 서울시청과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2013년도 결산안', '세월호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을 위한 시세(市稅) 감면안' 등 37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본회의에 앞서서는 그동안 보조를 맞추면서도 한편으로는 견제해왔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지난 임기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내달 1일부터 제9대 시의원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재선을 포기했거나 실패한 의원들은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여소야대로 출범…오세훈과는 시작부터 '엇박자' 2010년 6·2지방선거 이후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출범한 8대 의회는 임기 첫 날부터 '오세훈 서울시'와 엇박자를 냈다. 오 전 시장이 제7대 시의회의 추천을 받아 시의회 사무처장을 임명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시의회는 오 전 시장이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부결시켰고 안건을 수정한 이후에야 이를 통과시켜줬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충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8대 의회는 야당인 민주당이 106석의 의석 중 79석을 차지해 27석에 그친 한나라당에 비해 수 적으로 우세했던 탓이다.

서해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양화대교 상판 철거 공사를 중단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으로 공사가 중지, 다리 상판 형태가 기형적인 'ㄷ'자 형태를 수 개월 간 유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대로 시의회가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조례안을 제출했을 때는 서울시가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 시청별관 브리핑실에서 시장직 사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News1 홍봉진 기자

</figure>서울시와 시의회가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민투표까지 내걸며 승부수를 띄웠던 오 전 시장이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조차 열지 못하고 2011년 8월 결국 물러나는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시의회는 초등학교·중학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만들어 놓고 있다가 서울시가 예산안에 이를 반영하지 않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시장이 반대한 안건에 대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예산안에 이를 반영시키려고 한 일종의 시위적 성격으로 풀이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조례에 이어 이 문제에 대해서도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서울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취하됐다.

8대 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이 반대한 2014년도 예산안을 의결해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과도 반목, 교육청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등 사상 초유의 '부동의 사태'를 기록했다.

◇"박원순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견제 지속

2011년 10월 보궐선거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시의회는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던졌다. 여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 야당 의원들까지 그에게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두고는 '시의회가 어느 정도 균형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자료]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서울시의회에서 한 시의원으로부터 시정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2012.8.29/뉴스1 © News1 김보영

</figure>한 야당 소속 의원은 박 시장의 '임대주택 8만호 공급' 정책에 대해 "이는 단순히 셈법을 고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재정문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의 재정운영 원칙이 '빚 갚는 것'이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며 "재정을 축소하면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 의원은 "박 시장이 시정을 잡은 이후에는 아무리 넓은 마음으로 봐도 전세보증금, 시립대 반값등록금, 사회투자비용 신설 밖에 복지가 늘어나지 않았다"며 "나머지는 의회가 늘려놓거나 오 전 시장이 하던 것이다.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소속 의원의 이같은 일침은 여당 시의원들을 비롯해 기존의 여당 성향 정치인들에게도 박 시장을 비판하는 주장의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일하는 의회' 긍정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점 남겨

제7대 시의회보다 8대 시의회는 상대적으로 '일하는 의회'라는 진일보한 평가를 받았다.

수치적으로만 봐도 8대 시의회는 지난 임기동안 1931건의 접수 안건(조례안, 예산안, 건의안 등 포함) 가운데 1723건(89.23%)을 처리했다. 7대 시의회는 총 1374건의 안건 중 1374건(100%)을 통과시켰다.

단순 수치만으로도 8대 시의회는 7대 시의회보다 25% 가량 많은 안건을 처리했다. 물론 처리 의안의 수가 의정활동의 수준과 절대적으로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7대 시의회보다 의원의 본분을 더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의회 안팎의 중론이다.

복수의 서울시·서울시의회 관계자들 역시 "7대 때 보다는 8대 시의회의 의정활동 수준이 더 높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이 신반포 지역 재개발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체포된 30일 서울시의회 의장실 앞을 직원들이 지키고 서 있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이날 김 의장의 자택과 의장실, 재건축조합 등 총 3곳을 압수수색했다. 김 의장은 최근 구속된 철거업체 다원그룹 회장 이모씨(44)로부터 지난해 말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9.30/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figure>입법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8대 의회도 7대 의회 막판에 벌어진 돈봉투 사건처럼 부정의 고리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8대 의회 하반기 의장으로 재직 중이던 김명수(무소속·구로4) 의원이 재건축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현직 의장이 본회의날 골프장에서 긴급체포를 당하면서 시의회는 도덕성에 상처를 남겼다.

최근에는 김 모 의원이 임기를 불과 1주일 여 앞둔 시점에서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에 체포·구속된 일이 벌어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해당 의원은 정책 역량으로 8대 의회에서 자질을 인정받았으며 재선에 성공, 제9대 시의원 자리를 예약한 촉망받는 정치인이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8대 시의회는 이처럼 직전 의회보다도 더 부지런히 일했음에도 불미스러운 일에 시의원들이 연루되면서 그 명예에 얼룩을 남긴채 임기를 마치게 됐다.

한편 9대 의회는 총 106명(새정치민주연합 77명, 새누리당 29명)을 정원으로 내달 15일 개원식을 열고 공식 출범한다.

의회는 이날 의장과 두 명의 부의장, 각 당 대표를 선출하는 등 집행부를 꾸릴 예정이다.

k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