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만성적자 지하철…'안전 볼모'로 달린다

건설 초기 부채·낮은 요금·무임승차 손실 등 '3박자'
코레일은 국가 보전…박 시장 "코레일만큼이라도 지원해달라"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지난 2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정차해 있던 전동차를 뒤따르던 전동차가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일 오전 양천구 신정동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에서 정비사들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2014.5.3/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figure>지난 2일 상왕십리역 추돌사고로 시민들을 불안에 빠뜨린 서울 지하철의 안전 위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해법이 제시됐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안전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힘들어지고 노후 차량 교체 지연, 정비 인력 감축, 비정규직 증가, 위탁 분야 확대 등 '안전 위해 요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의 지난해 적자는 각각 1295억원, 2876억원에 이른다. 최근 10년만 따져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 지하철의 만성적인 적자구조는 건설 초기 떠안은 막대한 부채, 복지 성격의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요금 탓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2년 도시철도 부채 6조1000억원 가운데 금융부채는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중에 초기 건설 부채가 1조3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초기 건설비의 73.6%인 1조6000억원 가량을 공사가 직접 차입해 충당했다.

정부가 애초 지하철 이용수요나 재정부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처음부터 부실덩어리를 떠안고 있었던 셈이다. 이 뿐만 아니라 개통 뒤 구간 연장, 전동차 증대, 역사 냉방화 등과 같은 사업도 계속 부채로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가 이어졌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달리기 시작한 서울 지하철은 버는 만큼 갚아야 하는 처지지만, 물가 인상에 영향을 주는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어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요금이 지하철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수송원가에 대한 평균요금 비율인 원가보상률을 보면 잘 나타난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이 계산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원가보상률을 보면 2008년 각각 72.3%, 59.5% 수준에 불과했다. 2011년에는 69.1%, 58.8%로 더 나빠졌다가 2012년 72.4%, 65.0%로 나아졌다. 보상률이 회복된 2012년에는 재무개선 효과도 883억원, 525억원으로 나타났는데 그해 요금을100원 인상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한마디로 승객이 늘 수록 적자 또한 늘어나는 구조다.

또다른 지하철의 오랜 근심 거리는 무임 복지비용이다.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무임승차에 따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손실액은 총 2672억원으로 총 손실액 대비 비중이 71.9%에 달했다. 고령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2020년 손실액은 44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무임승차 폐지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때 65세 이상인 노인 무임승차 기준을 70세로 올리자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대부분의 노인복지 기준이 65세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시간대별, 소득별로 제한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복지의 후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운송분담률 35.2%를 기록하는 '서울 시민의 발'인 서울 지하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자체 중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17조원에 달하는 부채에 무상보육 등 국가복지 사업 부담에 따라 여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공공 인프라인 지하철을 건설할 때는 공공예산을 투입하는 데 반해, 국내의 경우 공사가 상당 부분을 부채로 해결하는 기형적 방식을 취하게 한 '원죄'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국가 지원도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선례도 있다. 코레일의 경우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2012년 무임승차 손실액인 1584억원의 52.6%를 지원 받았다. 지하철 무임승차 도입이 1982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고 노인복지는 국가 차원의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상급기관인 서울시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공기업 정책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안전행정부는 구조조정, 부채 감축, 흑자 경영 등을 통한 지방공기업 재정건전성 강화를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무조건 경영효율화만 강제할 경우 공기업들은 수지 개선을 우선시해 안전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시정 TV토론에서 "전체의 59%인 노후 전동차를 전면 교체하고, 관제실 등 여러 시설을 현대화할 생각"이라며 "지하철 적자가 크기 때문에 한꺼번에 하기는 어렵다. 중앙 정부가 코레일 만큼만이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국가 지원을 절실하게 요청했다.

nevermi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