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술 살 때 '신분증 보여주세요' 음성 나온다

28일부터 서울시내 주요 편의점서 음성 안내서비스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서울시는 주류판매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 거부감 없이 신분증을 요구하고 제시할 수 있도록 음성안내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28일 밝혔다.

서울시내 대표 편의점인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4개 업체 3798곳과 전국 1만7080개 가맹점이 음성안내서비스를 도입한다.

편의점 계산대에 자체 시스템을 갖춰 점원이 바코드를 찍으면 "주류 구입하세요? 신분증 제시해주세요"라는 친근한 음성이 나오는 방식이다.

이 기발한 정책은 고등학생 두 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 8월 서울시 개최 '청소년 음주조장 환경 개선 아이디어 제안대회'에서 74: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서초구 양재고등학교 1학년 박진우, 김시현 학생의 아이디어가 실제 정책이 된 것.청소년 음주조장 환경을 청소년들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보고 개선의견을 낸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두 학생은 "편의점 점원들은 손님이 술을 살 때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계산할 때 기계가 유머러스하고 애교섞인 목소리로 보여달라고 하면 고객입장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신분증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업체별로는 ▲세븐일레븐 7230개(서울 1753개) ▲CU 7900개(서울 1600개) ▲미니스톱 1870개(서울 400개) ▲씨스페이스 80개(서울 45개) 등 대부분 가맹점이 참여했다. 씨스페이스의 경우 시스템 적용 어려운 가맹점을 제외한 전체의 70%가 이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음성뿐 아니라 화면 송출까지 동시에 이뤄지는 시스템을 도입해 다음달 첫째 주에 전국에 도입한다.

음성멘트는 서울시가 제공한 4가지 음성 중 이들 브랜드 편의점이 모두 선택한 "주류 구입하세요? 신분증 제시해주세요"로 채택됐다.

음성멘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김시현 학생의 이모인 성우 박윤경씨(독립성우집단 보키니 소속)의 재능기부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번 음성안내 시스템이 도입되면 손님이 술을 사기 전에 신분증을 제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더 나아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이 변화돼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술을 파는 행위도 줄어들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시는 향후 대형마트와 SSM, 소규모 슈퍼까지 음성안내시스템 도입을 확대해 청소년 음주조장 환경 개선에 동참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시가 지난 4~5월 편의점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주류 판매 실태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54.8%가 신분증 확인도 없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했고 이중 49.7%가 나이조차 물어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면 청소년보호법 제59조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시는 청소년 음주 근절을 위해 ▲버스 외부광고의 주류 광고 금지 ▲대형마트 청소년 주류판매 실태조사 및 가이드라인 제시 ▲술 광고에 연예인 출연 금지 권고 등 청소년 음주 근절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seei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