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체계 충실히 갖췄나'…김영환·이범석 기소 갈랐다

검찰 '이 시장, 예산·인력 점검 안해…김 지사, 관리체계 충실' 판단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국정감사에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관련 증인으로 김영환 충북도지사(왼쪽), 이범석 청주시장이 출석해 대기하고 있다. 2023.10.10/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14명이 숨진 오송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해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엇갈린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김 지사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하고 이 시장은 혐의를 인정해 불구속 기소한 것인데, 공공시설의 안전확보를 위해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노력했는지 여부가 결과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두 단체장 모두 참사를 막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공중이용시설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는지와 얼마나 구체적인 매뉴얼을 갖추고 있었는지를 근거로 판단을 달리했다.

우선 검찰은 이 시장이 미호강의 관리권을 위임받은 관리 주체임에도 제방의 안전점검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현황을 전혀 점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천 담당 부서가 수많은 하천과 하천 시설을 점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편성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기존 제방이 무단으로 절개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하천 시설을 포함한 280여 개에 달하는 공중이용시설의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중대재해 TF팀에 인력을 1명만 배치하는 데 그쳐 담당 공무원이 문서를 취합하는 등의 형식적인 업무밖에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인력과 예산난을 호소하던 하천과 공무원들이 제방을 부실하게 점검하게 되면서 제방이 무단으로 절개됐다는 사실을 청주시 차원에서 인지하지 못했다.

이 같은 점에 미뤄 이 시장이 하천 관리 주체의 총책임자로서 하천 부서 또는 중대재해TF팀에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편성했더라면 제방 무단 절개 사실을 파악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사고가 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수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반면 김 지사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체계를 충실히 구축했다는 점을 들어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비록 충북도가 참사 당일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김 지사가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소홀함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집중호우 시 지하차도 사전통제 매뉴얼이 마련돼 있던 점, 사전 통제 인력이 상당 규모 확보돼 있던 점, 자동 진입차단 시설 예산을 확보해 설치를 준비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지사가 지하차도의 안전관리 체계를 충분히 갖춰놓았다고 봤다.

이 같은 매뉴얼과 인력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도로 통제에 실패한 원인에는 실무자들의 업무상 해태가 주로 기인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구체적이고 세분화한 상태로 규정해 놓지 않은 상황에서 주의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입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경영책임자로서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사고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