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10대뉴스] 희망과 격동의 2024
(청주=뉴스1) 충북종합 =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10월 지역에 있는 한 업체로부터 빌린 30억 원의 출처가 분명해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 돈은 해당 업체의 자본금이 아니라 지역에서 폐기물처리 사업을 하는 A 회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A 회장은 가족과 지분 98%를 보유한 또 다른 관계사를 통해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서 추진하는 오송2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매립장)을 건립하면서 매립 용량 증설을 시도하고 있다.
경자청의 인사권자이자 업무를 지시하는 김 지사와 A 회장 간 직무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A 회장이 아닌 관계사를 우회해 30억 원을 빌려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서는 직무관련자 간 금전 거래를 14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도청 감사관실은 직무 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며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반면 경찰에서는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으로 보고 이를 도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하기관장은 비위에 연루돼 직에서 물러난 한 해였다. 맹경재 전 경자청장은 바이오 관련 기업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윤석규 전 충북인재평생진흥원장은 취임 전인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 임대주택 사업을 특정 업체가 수주하도록 청탁하고, 2018년에는 자금난을 겪는 업체에 펀드 관계자를 소개한 뒤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4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충북도는 지난해보다 2단계 하락한 5등급을 받았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은 곳은 충북이 유일하다.
22대 총선이 있었던 올해 충북을 비롯한 중앙 정치권에서는 크고 작은 이슈가 쏟아졌다.
우선 이번 총선에서 충북 8개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 5대 국민의힘 3으로 재편됐다.
민주당은 청주권 진보 벨트로 불리는 청주 흥덕과 서원, 청원은 물론 뺏겼던 상당구까지 승리하며 청주권 모든 선거구를 휩쓸었다. 증평·진천·음성 선거구까지 수성에 성공하면서 21대 국회에서 팽팽했던 4대 4 힘의 균형을 깨고 우위에 올라섰다.
국민의힘은 현역을 전면 배치하면서 충주와 제천·단양, 보은·옥천·영동·괴산을 간신히 방어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전국적으로도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175석을 포함해 범야권은 무려 192석을 확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국정을 운영하게 됐고, 야당의 입법 주도권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여의도와 용산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생겨났다.
윤 대통령은 결국 비상계엄 선포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민의힘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은 그의 6선 도전 꿈을 가로막았다.
이 의혹은 총선을 두 달 앞둔 2월 정 전 부의장이 지역의 한 카페업주로부터 돈 봉투를 건네받는 CCTV영상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정 전 부의장은 즉각 해당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지만, 카페업주가 2022년 4차례에 걸쳐 청탁과 함께 700만 원을 정 전 부의장에게 건넸다고 밝히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국민의힘은 청주 상당의 후보였던 정 전 부의장의 공천을 취소했고, 경찰은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정 전 부의장은 수사 과정에서 구속될 위기까지 처했다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가까스로 구속을 면했다.
경찰은 반년 만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정 전 부의장과 카페업주에게 변호사비 대납을 약속한 윤갑근 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 이필용 전 음성군수 등 관련자 6명을 송치했고,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정 전 부의장이 법정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돈 봉투 수수 의혹'의 진실 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충청권메가시티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이 공식 출범했다. 충청광역연합은 지방분권 실현과 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충청권 4개 시도가 협력해 설립한 특별지자체다.
2022년 특별지자체 설치와 운영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 시행 이후 특별지자체가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시도로부터 이관받은 초광역 도로·철도망 구축과 초광역 발전 선도사업 육성, 관광체계 구축 등 20개 사무와 국가에서 이관받은 광역간선급행버스체계 구축 운영 사무를 수행한다. 지역 내 총생산 290조 원 규모의 충청권을 광역 생활·경제권으로 묶어 권역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대 연합장은 김영환 충북지사, 광역연합의회 의장으로 노금식 충북도의원이 선출됐다. 임기는 연합장 1년, 의장 2년이다.
김영환 연합장은 "지역 간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모델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며 "충청권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힘 모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주공항은 지난 11월 초 연간 이용객 수 400만을 달성하면서 전국 지방 공항 중 제주공항과 김포공항, 김해공항에 이어 4번째로 400만 클럽에 가입했다.
연간 이용객 수는 2022년 317만 명, 지난해 369만 명, 올해 400만 명을 돌파해 꾸준히 상승세다. 코로나19 이후 누적 8개국 24개 노선을 취항하면서 국제 비행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청주공항 상승세는 공군에 발목이 잡혀 있다. 청주공항은 공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민군 복합공항으로 활주로를 군과 함께 사용하고, 군은 이 활주로에 군 전용 활주로를 하나 더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주요 시간대 비행 슬롯이 제한적이고 항공사들의 국제선 노선 개발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렇듯 많은 제약에 민항 전용 활주로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북도는 민간항공기 전용 활주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연희 국회의원(청주 상당)도 지난 10월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7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청주공항을 반영해 발전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후유증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부실 임시제방의 책임자들과 수차례의 위험 신호에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책임자들에 대한 단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역사회는 1년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을 재판에 넘긴 것을 시작으로 올해 40명의 책임자들을 추가로 기소했다.
충북도, 청주시, 충북경찰, 충북소방,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시공사, 감리단 등 무려 8개 기관에 걸친 책임 규명이었다.
검찰의 책임 규명이 진행될수록 공무원들의 무사 안일하고 허술한 업무 대응과 시공사·감리단의 주먹구구식 공사 행태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올해 3월부터는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청장 등 최고 책임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윗선을 향한 중대시민재해 수사도 본격화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도 최고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면서 유족과 생존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중부내륙선철도 2단계 구간인 충주~문경 구간이 지난 11월 30일 정식 개통했다. 이번 개통으로 괴산 연풍역에서 경기도 판교역까지 87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충북 중 북부권은 그동안 국가 개발축에서 제외돼 교통망이 불편했는데, 중부내륙선철도 개통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크게 향상하게 됐다.
특히 수안보온천은 1시간이면 서울·경기권 주민도 찾아올 수 있게 되면서 관광 활성화가 기대된다. 충주시는 온천공 2곳을 추가로 개발하고, 온천 시설을 추가로 조성하는 등 관광객 맞이에 돌입했다.
중부내륙선철도는 경북 김천부터 경남 거제까지 연결하는 남부내륙선철도와 연결해 최종적으로 국토 종단 철도로 활용한다. 남부내륙선은 2025년 착공해 2030년 개통 목표다.
문경~김천 구간 철도 건설사업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수립 중이다. 2026년 착공해 2030년 준공 예정이다.
중부내륙선철도는 KTX 이음 열차가 하루 4번 왕복 운행한다. 중부내륙철도가 지나는 자치단체는 열차 운행 횟수 증가와 운임 축소를 위해 이용객을 늘려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충북선 고속화 사업과 함께 중부내륙선 지선이 오송으로 연결되면 충북은 대한민국 철도교통 요충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충북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의 통합이 본격화했다. 양 대학은 지난 3월 통합합의서에 서명하며 통합의 첫발을 내디뎠다.
통합 추진 원칙은 △단계적 통합의 시너지 극대화 △1대 1 수평적 통합 △구성원 동의 기반 원칙과 유사 학과 화학적 통합 △통합 교명의 미래지향적 협의 제정 △지역혁신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캠퍼스 재배치와 특성화 등으로 정했다.
통합은 2026년 12월까지 25단계에 걸쳐 추진한다. 올해는 11월 통합신청서 제출까지 통합 교명 선정과 대학 본부 위치, 총장 선출 방식을 협의했다.
양 대학의 통합 교명은 '충북대학교'로 정해졌다. 대학 본부도 현 충북대 청주캠퍼스에 두기로 했다. 그 대신 교통대는 산학협력 중심의 캠퍼스로 특화하기로 했다.
통합 대학 출범은 2027년 3월이다. 양 대학은 2025년부터 유사 중복학과 통합과 캠퍼스 재배치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교명과 대학 본부 등 주도권을 쥔 충북대와 통합의 실리를 찾아야 하는 교통대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지 주목된다.
충북대와 교통대는 통합을 전제로 2023년 11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됐다. 글로컬대학30은 교육부가 대학 혁신을 주도하는 대학에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증원 정책으로 충북을 비롯한 전국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정부는 부족한 의사 수를 늘려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의료계는 극렬히 반대했다.
충북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의 증원분을 배정받은 충북대학교 의대는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기존 49명이었던 입학정원이 졸지에 200명까지 늘어난 충북대 의대 구성원들은 매일같이 의대 증원 철회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 같은 강한 반발에도 정부가 증원을 강행하자 전공의들은 2월 중순부터 의료현장을 떠나기 시작했고,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했다.
남은 의료진들은 의료현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길어지는 의정 갈등에 '응급실 뺑뺑이'가 속출했다.
정부는 내년 충북대 의대 정원을 125명으로 일부 축소했지만, 의료계가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를 고수하며 병원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만큼 갈등은 해를 넘겨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의 자랑', '대한민국의 영웅'. 김우진 선수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에 오르며 소속팀 충북 청주와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이 됐다.
양궁 간판 김 선수는 지난 여름 파리올림픽에 출전해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 개인전까지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양궁 종목 3관왕에 올랐다.
금메달 3개를 손에 거머쥐면서 2016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까지 남자 단체전 3연패를 이끌었고, 올림픽 통산 5번째 금메달로 한국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김 선수의 활약에 고향인 충북은 환호했다. 고향 옥천에는 그의 이름을 딴 명예 도로가 탄생했고 문화체육분야 충북도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9월 김 선수를 청소년 도박 근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충북경찰청이 1년 간 추진하는 사업으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도박 문제를 근절하자는 캠페인에 합류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선수는 오는 2028년 LA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훈련에 정진 중이다.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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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희망과 절망이 공존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어느새 끝자락에 다다랐다. 프랑스 파리를 밝힌 올림픽 선수단의 금빛 활시위에 희망을 품을 수 있었고, 한밤중 기습 선포된 비상계엄령은 극심한 공포와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뉴스1은 격동의 2024년을 10대 뉴스로 되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