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①탑승객 400만 돌파에도 웃지 못하는 청주공항
1997년 개항 이래 역대 최다 이용객 달성…'지방공항 빅4'
지역사회 "민항 전용 활주로 없어 성장 한계…신설해야"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활주로를 온전히 사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공항…"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국회 기자회견에서 올해 역대 최다 이용객을 기록한 청주국제공항을 이렇게 표현했다.
항공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민항 전용 활주로가 없어 성장의 한계를 겪고 있는 청주공항의 설움을 드러낸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청주공항은 태생부터가 독립적인 민간 공항이 아니었다.
청주공항은 공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민군 복합공항으로 1997년 4월 개항했다.
애초 청주에 민항 전용의 수도 관문공항을 건설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이 좌초되면서 청주 공군비행장에 주둔하는 공군 17전투비행단과 한집 살림을 하게 된 것이다.
민항기는 새로 건설한 길이 2744m·폭 60m의 활주로를 공군과 함께 사용하고, 군은 이 활주로와 더불어 기존에 있던 길이 2744m·폭 43m의 군 전용 활주로를 모두 사용하는 형태로 공항 운영을 시작했다.
사실상 민항 공항보다는 군사 기지로서의 성격이 강했지만, 개항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우려의 목소리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국제 노선이 중국 일부 지역의 2~3개에 불과했던 데다 공항의 이용객 대다수가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이었던 터라 항공 수요를 소화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동네 공항'이라는 오명까지 쓰게되자 지역사회의 우려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충북도가 공항 활성화의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국제노선의 다변화였다. 도와 공항공사는 저비용항공사(LCC) 유치를 통해 국제노선을 일본, 대만 등 7개국 13개 노선까지 확대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며 이용객 증가를 도모했다.
그 결과 청주공항은 급속도로 빠른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 여행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맞물리면서 2009년 103만 명이었던 한 해 이용객은 올해 4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이용객 기록을 경신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제주, 김포, 김해에 이어 네 번째다.
하지만 청주공항의 이같은 빠른 성장세는 지역사회에 또다른 고민을 낳았다.
이른바 '지방공항 BIG 4' 반열에 올랐지만, 민군 복합공항이라는 제약에 묶여 이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지역사회가 공항 발전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는 것은 민항 전용 활주로의 부재다.
민항 전용 활주로의 부재로 민항기 슬롯(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노선을 더 이상 확대할 수 없다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이영미 충북도 공항지원팀장은 "청주공항의 항공 수요는 지속적으로 더 늘어나고 있는데, 주요 시간대에는 민항기 슬롯이 부족해 노선을 확대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중장거리 국제노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민항기 전용 활주로의 신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천 에어로케이 상무는 "주요 시간대 슬롯이 제한적이다 보니 다양한 국제선 노선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게 맞다"며 "활주로 신설과 함께 터미널 증축 등 기반시설이 충분히 확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청주공항의 민항기 슬롯은 시간당 7∼8회로 제한돼 있다. 인천국제공항 70회, 김포국제공항 41회, 김해국제공항(민군 복합공항) 18~26회 등 다른 공항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낮다.
추가 슬롯을 확보하면 간단한 문제이지만,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는 매 해 하계와 동계기간 슬롯협의회를 거쳐 민항기와 슬롯을 배분하는데, 공군17전투비행단이 핵심 부대인 만큼 슬롯을 군에 우선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민항기 전용 활주로를 신설해 민항기를 띄울 수 있는 슬롯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게 충북도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주장이다.
나아가 길이 3000m 이상의 활주로를 신설하면 미주와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개발에 따른 이용객 확대와 화물 수송을 꾀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태환 '청주국제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신설 및 활성화 추진 민관정 공동위원회' 사무국장은 "중부권 거점 공항인 청주공항은 충청권을 비롯한 경기 남부, 경북과 강원 일부와 인접해 있어 잠재적인 수요가 매우 큰 공항"이라며 "그러나 활주로를 0.5개밖에 사용하지 못해 이러한 수요를 전부 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하루 빨리 민항 전용 활주로를 증설해 타 지방공항으로 향하는 이용객의 유출을 막고, 명실상부한 중부권 거점 공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upuman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청주국제공항은 올 한 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린 지방공항이다. 매년 최다 이용객 수를 갈아치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활주로를 비롯한 각종 시설물은 폭증하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1은 청주공항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해결할 산적한 과제를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