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청풍교' 관광지 개발 어떻게? '민선 8기' 내 가능할까?

김 지사 임기 내 완공 가능?…사업 연속성 논란
지역민 "희망고문 멈추고 재검토" 정책 불신 여전

옛 제천 청풍교를 둘러보는 김영환 지사.2024.11.7/뉴스1

(제천=뉴스1) 이대현 기자 = 안전 진단 끝에 10여년 전 용도 폐기된 충북 제천의 옛 청풍교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충북도의 '업사이클링'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대규모 관광 개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제천에선 오히려 "즉흥적인 정책 결정 탓에 관광 개발과 철거 둘 다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10년 넘게 애쓴 철거 사업 '개발'로 급선회

충북도는 옛 청풍교 철거를 일단 보류하고, 대신 다리 위에 노천카페 등을 갖춘 관광명소로 개발하는 업사이클링을 위해 현재 교각 안전 정밀진단을 진행 중이다.

충북도가 10여년 간 철거비 확보를 위해 애쓴 이 사업은 민선 8기 김영환 지사가 지난 6월 제천 도정 설명회 자리에서 "레이크파크사업의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는 말 한 마디에 급선회했다.

도는 정밀 안전 진단 결과를 보고 사업 방향을 정할 생각이다. 사용 가능 판정이 나오면 그때부터 '업사이클링' 예산을, 철거 판정이 나오면 철거 국비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도는 이와 동시에 옛 청풍교를 어떻게 개발할지 큰 틀을 짜는 기본 구상과 타당성 용역도 추진한다. 용역 결과는 내년 2월쯤 나온다.

도 관계자는 향후 일정에 대해 "이후 국내외 공모, 조례 제정을 거쳐 관광 개발 사업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도지사 임기 내 사업 가능할까…우려 확산

하지만 정작 제천 지역에선 '지금 시작해서 1년 반 남은 도지사 임기 내에 사업을 마무리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지사의 민선 8기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다. 시기적으로도 불안정한 정책 결정 탓에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신규 관광 개발 호재에도 환영 현수막 한 장 보기 힘들 정도로 지역서 크게 반기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가 지지부진한 충북레이크파크 공약 성과를 위해 급조해 끼워 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접적인 수혜 지역인 청풍면에서도 불만은 여전하다.

청풍면에 사는 한 주민은 "도지사가 지역의 규제를 풀어주고, 관광 수익도 일부 돌려준다니 딱히 반대하지 않는 것 뿐"이라며 "사실 도지사가 언제 바뀔지도 모르고, 개발 여부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괜히 희망 고문만 하는 것 같다는 반대 의견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개발 철거 다 놓칠 수도…"원점에서 재 검토"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환 지사의 말 한마디로 충북도와 제천시, 정치권이 10년 넘게 공들인 철거 예산 확보 노력이 한 순간 물거품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옛 청풍교 철거 예산은 정확히 말하면 '현금으로 세워진 상태'는 아니다. 현재 국토부의 국지도(국가 지원 도로) 82호선 '제천 수산~청풍 2차로 시설 개량 사업'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가 진행 중인데, 그중에 철거 설계비(250억 원 추산)'가 반영된 것으로, 실제 교각 철거 공사를 진행하려면 별도로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

김호경 도의원은 "국책 사업에 설계비가 반영된 지금이 충북도의 재정 부담 없이 철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일단 개발해 보고서 안 되면 나중에 철거하면 된다는 식의 정책 결정은 자칫 개발과 철거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할 거면 내년에 당장 개발하던지, 아니면 철거하던지 명확한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옛 청풍교 개발에 따라 철거를 '철회'하면 어렵게 확보한 철거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는 우려에 대해 충북도는 "대전국토관리청이 국지도 제천 수산~청풍 2차로 시설 개량 사업 설계를 진행 중인데, 여기에 옛 청풍교 철거비를 더해 반영한 것"이라며 "안전진단 결과 다리를 쓰지 못하더라도 철거비가 설계에 반영돼 있어 향후 연차적으로 정부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국지도 설계상 옛 청풍교 철거 계획은 맨 마지막 공정인 6~7년 후로 잡혀있다.

40년 된 옛 청풍교…안전 우려 14년째 폐쇄

옛 청풍교는 40년 전 제천의 청풍호를 가로질러 폭 10m, 길이 315m 규모로 건설했다. 상판 처짐 등 안전 우려로 2012년 지금의 청풍대교 건설 이후 십수 년째 출입이 막힌 이 다리의 활용 방안은 레이크파크르네상스(호수관광 활성화) 사업을 역점 추진하는 김영환 지사가 지난해 10월 제안했다.

당시 김창규 제천시장도 안전과 유지 비용 부담 등을 우려해 반대했으나 올해 6월 김 지사가 제천 도정 보고회에서 '사업비 전액 도비 부담'을 전제로 공식화하자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교각 철거를 6~7년 일단 미뤄두고 다리 위에 팝업숍과 노천카페, 푸드트럭 등을 갖춘 관광 랜드마크로 개발하자는 게 도 지사의 구상이다.

옛 청풍교와 신청풍대교 전경.2024.11.6/뉴스1

lgija20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