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경찰관들 행적 법정 재구성…신고 접수 사실도 몰라
오송파출소 순찰팀장 증인신문…"지휘부 조치 미흡"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신고를 받고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던 경찰관들이 당시 신고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31일 청주지법 형사22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청주흥덕경찰서와 오송파출소 경찰관 4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오송파출소 순찰팀장 최 모 경감(58)을 상대로 참사 전후 오송파출소 경찰관들의 행적을 재구성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보면 청주흥덕경찰서 112상황실은 지난해 7월15일 오전 7시4분쯤 "미호천교 제방이 범람할 위기에 있다. 주민들 대피하라고 해야 할것 같다"는 신고를 '코드 3'으로 분류한 뒤 오송파출소에 출동 지령을 하달했다.
파출소에 지령이 하달되면 PC와 업무용 PDA(휴대용 정보 단말기)에서 큰 알림음이 울리는데, 당시 최 경감을 포함한 근무자 3명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당시 오송 파출소 내 접수된 신고는 해당 신고 외에 1건도 없었던 상태였다.
최 경감은 신고 접수 이후 17분이 지나고 나서야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오송읍 행정복지센터에 주민을 대피 방송을 요청하는 7초가량의 통화를 한 뒤 112상황실에 신고 종결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최 경감은 이같은 검찰의 추궁에 "당일 비가 워낙 많이 내려 빗소리가 상상을 초월했던 데다 생활 소음이 많아 저를 비롯한 직원들은 모두 알림음을 듣지 못했다"며 "유심히 살펴봤다면 확인했겠지만, 그날 (비가 많이 와)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 대피를 해야 한다고 전파하면 오송 행정복지센터에서 관할 구역의 침수 취약지를 파악해 조치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는 아쉽긴 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령 하달 시 울리는 PC 알림음은 파출소 안에 전체에 울릴 정도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이를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듣지 못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또 '코드 3' 신고여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신고자한테 연락해 신고 경위를 파악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경감은 오전 7시58분에 접수된 "궁평 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한다"는 2차 신고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당시 파출소장과 행정복지센터와 통화를 마친 뒤 파출소 내 비치된 개인형이동장치(PM) 법규, 면허증 갱신 서류 안내 문구, 팀별 근무 일정표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
최 경감은 "언제 민원인이 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급하지 않은 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얘기"라며 "당일 3명이서 순찰차 1대로 근무하며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책상 앉아 계신 분들이 현장에 있는 사람의 애로를 어떻게 아냐"고 했다.
또 "만약 지휘부에서 비상근무를 발령해 인원을 지원해주는 갑호비상 등의 조치를 해줬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를 비롯한 경찰관 4명은 참사 직전 두 차례 신고를 받았는데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종결 처리하는 등 도로 통제에 실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모두 재판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업무를 다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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