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간첩단' 3명 항소심서 징역 12년→징역 2~5년 대폭 감형

범죄단체조직죄 무죄…"규모·체계 갖추고 있었다 보기 어려워"
1심서 무죄 받은 '국가보안법 상 잠입·탈출' 혐의는 유죄 인정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청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8.2/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른바 '청주간첩단' 3명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받았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박은영 부장판사)는 21일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북동지회 소속 손 모씨(50)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박 모씨(60)와 윤 모씨(53·여)에게는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결심 공판에 이어 피고인들 전원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손 씨 등은 2017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 지령에 따라 지하조직 '충북동지회'를 결성하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위원장, 고문, 부위원장, 연락 담당으로 역할을 나눠 공작원과 지령문·보고문 수십건을 암호화 파일 형태로 주고받으면서 충북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를 포섭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

또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F-35A 스텔스 전투기 반대 활동 등을 하거나 공작금 2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이들이 공동으로 모의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한 뒤 북한 공작원으로 지령을 받고 활동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이들 모두에게 법정 최고형에 가까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이 결성한 충북동지회가 범죄단체 조직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충북동지회 결성 당시 구성원 수는 4명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구성원 수가 증가하지 않았는 바, 단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와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지휘 체계나 통솔 체계가 갖춰져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박 씨와 윤 씨의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들이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중국과 캄보디아가 반국가 단체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죄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잠입 출발지 또는 탈출 목적지나 반국가 단체 지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잠입 또는 탈출의 목적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은 확립된 법리"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한 피고인과 검사 양 측의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평화통일은 우리 민족이 추구하는 당위적 목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나,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적화통일을 포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들은 북한 공작원과 지속적으로 통신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주의에 실질적 위험을 끼치는 행위를 해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미친 영향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선전 선동 했다는 증거나 정황은 찾기 어렵다"며 "이와 같은 사정과 함께 범행 당시 정황과 개별 범행 경위, 공동 범행에 가담한 정도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살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