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간첩단' 연락책 징역 14년 법정구속…"죄질 나빠"(종합)

법원 "자유민주주의 체제 저해·재판 고의 지연"
특수잠입·탈출, 간첩죄 등 일부 혐의는 무죄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청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8월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청주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8.2/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청주간첩단'의 마지막 조직원인 연락책 박 모 씨가 3년여간의 재판 끝에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청주지법 형사11부(태지영 부장판사)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충북동지회 소속 박 씨에게 징역 14년에 자격정지 1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국가보안법 위반과 범죄단체조직죄의 경합 시 법정 최고형이 15년인 점을 감안하면 징역 14년은 법정 최고형에 가까운 중형이다.

박 씨를 비롯한 충북동지회 활동가 4명은 2017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 지령에 따라 지하조직을 결성하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다.

이들은 위원장, 고문, 부위원장, 연락 담당으로 역할을 나눠 공작원과 지령문·보고문 수십건을 암호화 파일 형태로 주고받으면서 충북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를 포섭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

그중 연락책을 맡은 박 씨는 북한 공작원과 지령문과 통신문을 주고받으면서 접선 일정을 조율하거나 지령전파와 활동내용 보고업무를 수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씨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거나 대북 보고문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법원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씨의 노트북에서 지령문과 보고문 파일들이 저장된 USB가 접속된 기록이 발견된 점,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건네받은 미화 2만 달러를 국내에서 환전한 점에 미뤄 박 씨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거나 연락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 금품을 수수하고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며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해석해 남용되는 것을 막아야 하나, 이러한 엄격한 기준에 심사한 이후에도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반복적으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며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박 씨 역시 앞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충북동지회 활동가 손 모씨(50) 등 3명과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간첩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 등이 탐지한 정보가 국가 안전에 중대한 불이익을 미칠 정도의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고, 박 씨가 공작원을 접선한 중국과 캄보디아를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박 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청주간첩단'의 활동가 4명이 모두 구속됐다.

앞서 충북동지회 위원장 손 모 씨 등 나머지 활동가 3명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법관 기피신청을 낸 박 씨는 이들과 분리돼 재판을 받았다.

이들 모두 2021년 9월 재판에 넘겨졌으나,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며 2년이 넘도록 1심 재판을 받아왔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