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도, 다치지도 말자' 어쩌다 추석 밥상 덕담… 의정 갈등 비판 한목소리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올 추석 민심은 갈수록 악화하는 의료 대란과 민생을 외면한 국회에 맞춰졌다.
정치 성향이 달라 명절 중 가족 간 되도록 꺼내지 말아야 할 소재가 '정치'로 꼽히지만, 올해 추석에는 의정갈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분위기였다.
정부가 지난 22대 총선이 임박해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현장이 붕괴 상황까지 치달았다. 지방 의료는 더욱 심각해 응급실 '뺑뺑이'는 기본이 됐다. '절대 아파서도, 다치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이 명절 덕담이 됐고, 정부를 향한 쓴소리는 계파나 성향에 상관없이 일치했다.
정부의 의료 인력 증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방법이 틀렸다는 게 정부를 향한 불만이다. 급진적 변화는 불가피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그간 사례를 짚으면서 너무 성급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력 증원에 필요한 시설·장비 등 기반과 필수진료과목 의료진에 대한 혜택, 그에 따른 수가 현실화 등을 선행한 뒤 순차적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 였다. 제도적 장치와 수용 가능한 환경을 먼저 만들어 당위성을 제시하면 현재와 같은 사달은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휴 충주를 찾은 김용재 씨는 "의료 인력 확충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러기 위해 국민은 언제까지 얼마만큼 피해를 감수해야 하느냐"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소통과 공감 없이는 독단으로 흐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추석은 아프지 말자고 하는 것이 인사가 됐다"고 개탄한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청주 청원)은 "정부-여당부터 협의가 되고, 의정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해야 하는데 밀어붙이기만 해서 의료체계 자체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라고 했다.
여야의 추석 민심 주도권 싸움이라 불렸던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 대해서는 민생과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전초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열린 외교·안보 대정부질문에 불참한 국무위원을 감싸기 급급한 국민의힘을 향해 "이래서 야당과 협치가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생현안을 챙기겠다는 집권 소수 여당에서 거대 야당을 상대로 매번 충돌 빌미만 제공하는데 국민이 체감하는 혁신과 개혁은 요원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거대 야당 민주당도 민생은 뒷전이고,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총선 국민을 위해 일할 기회를 달랠 때는 언제고 현재 민주당의 대표적인 성과는 탄핵안 7건, 특별검사법안 12건, 청문회가 전부라고 일갈했다. 저출산, 청년실업,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치적 '진실 추구'에만 몰두해 민생과는 동떨어진 감정 노선만 걷는다는 지적이 대체적이었다.
청주서 명절을 보낸 박인규 씨는 "빈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금 현실을 알고서도 서로 감정싸움만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개혁과 혁신은 국회부터 먼저 해야 한다"라고 했다.
충북도정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나 대규모 투자유치 등 체감할 만한 뚜렷한 정책은 찾기 힘들고 일시적 효과에 그친다는 현금성 복지사업과 도청을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단순한 사업 말고 중·장기적인 지역 발전 로드맵에 대해서는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이광희 도당위원장(청주 서원)은 "정치인 출신이 단체장을 하게 되면 안정감보다는 개혁성이 강한데 지사는 아마추어 느낌이 강하다"라며 "도백으로 도민을 위해 어떠한 것을 하는지 의구심이 들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30대 정무부지사를 앉혔는데 정치적 느낌이 강해 우려스럽고 불안함은 계속된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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