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옆에서도 불법 게임장 성행…단속은 제자리
지난해 충북 성인오락실·PC방 173곳 늘어
단속 건수는 매년 제자리…파생 범죄도 우려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충북 증평군의 한 상가건물 2층에서 성인 오락실을 운영하던 A 씨(38)는 불법 게임물을 깔아놓고 영업을 하다 지난해 3월 경찰에 적발됐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성인 오락실 같아 보였지만, 실상은 컴퓨터 6대에 불법 슬롯 게임물을 깔아놓고 은밀히 손님을 받으며 부당 이득을 챙긴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었다.
심지어 A 씨는 경찰 지구대와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적발되기 전까지 1년 동안 버젓이 불법 게임장을 운영했다. 이 기간 A 씨가 게임 수수료 등으로 거둔 수익은 약 1억1000만원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 B 씨(50)도 겁없이 진천의 한 골목 주택가에서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며 게임 포인트를 환전까지 해주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충북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도심 대로변과 주택가 골목은 물론 학교나 지구대 근처에서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12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에서 일반게임제공업(성인 오락실)·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PC방)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업소 수는 총 173곳이다.
이 중에는 청소년이 출입 가능한 일반적인 PC방도 포함돼 있지만, 화투·포커 게임만 제공하는 성인 PC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밖에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영업하는 게임장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충북에서 성인 오락실을 운영했던 김 모씨(30대)는 "화투나 포커 등 정식 등록된 게임물만을 이용해 영업하는 오락실도 있지만, 대개 불법 게임물과 환전까지 취급하는 곳이 많다"며 "최근에는 산업단지 또는 외국인 밀집지역 위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업주들의 불법행위는 날이 갈수록 대담하고 교묘해지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충북경찰의 불법 게임장 단속 건수는 2021년 171건(검거 212명), 2022년 134건(183명), 지난해 135건(162명) 등 매년 제자리에 그쳤다.
업주들이 게임장을 일반 사무실이나 가정집으로 위장한 뒤 단골 위주로 은밀히 영업하거나 환전 여부 등 불법임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9년 청주의 한 경찰관이 차키형 카메라와 안경형 카메라를 착용하고 손님인척 불법 게임장에 들어가 환전행위를 촬영한 것을 증거로 제출했다가 게임장 업주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영상 촬영이 영장 없이 이뤄졌고, 촬영 직후에도 사후영장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은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근로의식을 저해하는 등 사회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점도 있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범죄도 적지 않다.
청주에 거주하는 이 모씨(50대)는 "예전에는 주로 으슥한 골목가에서 보였는데, 최근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가 곳곳에서 눈에 자주 띈다"며 "미성년자들도 출입할 우려가 있는데, 관계당국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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