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서 구른 70대, 동네 응급실 폐쇄로 18시간 헤매다 '의식불명'

청주 한 병원서 수술…가족들 "억울하고 답답"

사고당시 동영상 캡처. 오른쪽이 사고를 당한 B씨. (CCTV 화면 캡처) / 뉴스1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세종시 다정동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구른 70대가 지역 유일의 응급의료센터인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보자 A 씨는 1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이모부(75) B 씨가 지난 2일 오후 6시 30~40분쯤 아파트 실외 계단에서 굴러 뇌출혈로 이어졌으나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이 운영되지 않아 다른 한 병원에서 CT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촬영 결과 왼쪽 뇌에 출혈이 시작돼 피가 차오르는 상황이라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진통제 효과인지 B 씨는 이날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2시까지는 거동이 가능해 자신의 의지로 소변을 볼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 3일 오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다시 CT촬영을 한 결과 왼쪽 뇌에 고여있던 피가 경계선을 넘어 오른쪽 뇌로 차오른 상황이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하지만 이 병원에선 응급수술이 불가능했다. 결국 가족들은 이곳저곳을 수소문해 이날 오후 1시쯤 청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 고여있는 피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사고가 난 지 18시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나 수술 결과도 좋지 못했다. 병원 측은 전화로 "출혈이 멈추지 않아 추가 수술을 해야 한다"며 "수술을 해도 의식이 돌아오거나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연명치료를 할지, 치료를 포기할지를 선택하라는 통보였다.

A 씨는 "큰 병원의 응급실로 바로 갈 수 있었더라면 조치를 빨리 취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면 이모부는 괜찮았을 것"이라며 "세종시에는 3차 의료기관이 없고 그나마 제일 큰 병원(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은 운영을 안 하는 상태라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탄식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의대증원 갈등 이후 전문의들이 속속 사직하면서 지난 1일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p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