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수 세종시의회, 현안사업 추경예산 삭감 '논란'

정원도시박람회 14억, 빛축제 예산 6억원 전액삭감
시 공무원 "일 하지 말라는 건가" 민주당 "시장이 당원 동원 절차 훼손"

10일 열린 세종시의회 91회 임시회 3차 본회의. (세종시의회 제공) / 뉴스1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세종시의회가 최민호 시장의 공약사업 관련 예산을 줄줄이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최 시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시의회의 감정적 대응이라는 지적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돌발행동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10일 폐회한 9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시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 555억 원 가운데 24억 7900만 원을 삭감했다.

주요 삭감된 예산 항목은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조직위 출연금 14억 5000만 원, 빛축제 관련 예산 6억 원 등이다.

이는 최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역점 사업 중 대중교통 정액권인 이응패스 사업비 14억 5000만 원만 살아났다.

이런 대폭적인 예산 삭감의 배경에는 최 시장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시당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강준현 민주당 시당위원장은 지난 6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의원들 보고 세종시 축제 예산 자료 요청해서 받아보라고 했다. 작년에 행사한 게 79억 원"이라며 "체육회에서 하는 행사 말고 빛축제, 복숭아축제, 가든파티 등 80억~90억 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예산 심의에서 이런 당 기류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강 의원 오더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최원석 의원은 지난 9일 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애초 주제가 아닌 예결위의 추경안 심사 문제를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이응패스, 정원도시박람회, 빛축제 예산이 통과되지 않아 사업이 좌초될 위기"라며 "책임은 예산안 확정을 이끌어야 할 예결위원장과 다수당인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채성 의장이 의회 규칙을 어겼다며 4차례 발언 중단을 요구하며 마이크를 껐으나 최 의원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지방의회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이자 권력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민호 세종시장(왼쪽)과 임채성 세종시의회의장. / 뉴스1

그의 발언은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최 의원은 다음 날 3차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결국 이 일로 최 의원은 시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전망이다.

집행부에서는 '필요한 예산은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간부 공무원은 "공무원 생활하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렇게 되면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최 시장도 입장문을 통해 "의회의 강경한 입장에 절망감까지 든다"며 "추경안 처리결과에 실망감이 너무나 크고 받아들이기가 괴롭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김현미 행정복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예산심의 과정은 각 의원의 철학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 특정 정당의 당론으로 왜곡됐다"며 "시장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자당 당원들을 마치 민원인처럼 둔갑시켜 예산심의 절차를 훼손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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