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서 또 '응급실 뺑뺑이'…의료 붕괴 현실화하나(종합)
교통사고 70대 환자 병원 16곳 전전하다 강원도로 이송
1시간 동안 병원 4곳 돌다 구급차서 출산한 산모도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최근 충북에서 응급환자가 병원 이송을 거부당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사례가 잦아지면서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쯤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던 A 씨(70대)가 차선 변경을 하던 46인승 버스에 치였다.
이 사고로 A 씨는 하반신에 골절상을 입고 주요 장기가 손상되는 등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충북대병원을 비롯한 청주권 4개병원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의료진의 부재 등을 이유로 모두 거부당했다.
이 중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근무 중인 마취과 전문의 1명이 수술 중이어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충북대병원은 의정갈등 이전에는 마취과 전문의 1명과 전공의 2명 등 총 3명이 당직 근무를 섰는데, 전공의들의 사직 이후 전문의 1명이 당직을 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씨는 사고 약 40분 만에 인근에 있는 청주의 한 2차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기초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또다시 12곳의 병원으로부터 이송이 거부됐다.
결국 A씨는 수소문 끝에 사고 4시간 30여분 만인 이튿날 오전 1시 34분쯤 약 120㎞ 떨어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달 15일에는 음성군에 거주하는 한 산모가 병원을 전전하다 구급차 안에서 출산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전 1시 31분쯤 음성군 삼성면에서 분만 진통이 있다는 B 씨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는 분만이 가능한 천안과 청주 지역 내 병원 4곳을 물색했지만, 병상 부족 또는 의료진 부재로 모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병원을 찾는 사이 결국 B 씨의 양수가 터졌고, 구급대원들은 즉시 응급분만을 결정해 구급차 안에서 의사의 의료 지도를 받아 신고 접수 1시간 20여분 만에 아이를 무사히 받아냈다.
이처럼 의정갈등 이후 충북에서 병원 이송을 거부당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대형병원의 응급실 운영까지 중단되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전문의들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이같은 사례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들이 입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충북대병원은 군의관 2명을 추가로 파견받아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는 등 비상응급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K-TAS)에 따라 경증 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분산 유도하는 등 응급실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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