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 정우택 수사 향방은…공여자 진술 신빙성 입증 핵심

법원 "공여자 자백은 신뢰 어렵다…혐의 대부분 소명 안돼"
경찰 "입증 증거 충분"…구속영장 재신청 여부 검찰과 논의

지역 자영업자에게 돈 봉투를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우택 전 국회의원이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청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4.8.19/뉴스1 ⓒ News1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71)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정 전 부의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정 전 부의장의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재판부가 뇌물 공여자의 자백을 오롯이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청주지법 김승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알선수재,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정 전 부의장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전 부의장은 2022년 충북 청주 상당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전후로 4차례에 걸쳐 카페 업주 오 모씨로부터 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뇌물 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경찰은 보좌관을 통해 돈 봉투를 다시 돌려받았다는 진술을 하게끔 오 씨를 회유하고, 수사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정 전 부의장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 전 부의장의 혐의 중 3차례의 범죄 사실이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우선 정 전 부의장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 중 하나인 오 씨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 씨가 제3의 정치인에게 사주를 받고 뇌물 공여 사실을 자백했을 가능성과 돈 봉투를 정 전 부의장에게 전달한 보좌관과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에 미뤄 오 씨가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점을 들어 법원은 오 씨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2022년 3월 선거사무실에서 정 전 부의장이 현금 200만원을 수수했다는 범죄 사실과 같은해 9월 오 씨가 1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과일상자에 담아 보좌관을 통해 정 전 부의장에게 전달했다는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 정 전 부의장이 후원 계좌를 통해 오 씨에게 건네받은 300만 원을 뇌물로 봐야하는지도 법리적인 다툼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오 씨의 진술과 메모를 토대로 증거를 다져온 경찰은 핵심 증거인 오 씨의 자백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통상 직접 증거가 부족한 뇌물수수 사건에서 공여자 진술은 법원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증거로 여겨진다.

이번 사건에서도 오 씨의 자백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 입증은 향후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 정 전 부의장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를 마무리하려던 경찰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 두 달을 앞두고 새 증거를 찾거나 기존 증거를 더욱 탄탄히 다져야하는 보강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경찰은 오 씨의 자백 외 확보한 증거로도 정 전 부의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며 수사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 전 부의장의 신병처리 방향을 검찰과 재논의한 뒤 빠른 시일 내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제3의 정치인이 변호사 비용을 대가로 오 씨에게 정 전 부의장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을 언론사에 제보하라고 사주한 의혹도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