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충북체육회장이 간과한 '공적 판단'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윤현우 충북체육회장은 경제인이면서 체육계를 대표한다. 90년대 중반 충북 양궁·우슈협회장을 맡으며 사회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 부도를 낸 후 사업 재기에 성공한 2015년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장을 맡으면서 지역 유력 인사로 알려지게 됐다.
이 때 충북 도백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였는데, 2020년부터 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겸임하던 지역체육회장이 민선으로 바뀌던 시기였다. 이 지사는 자신과 친분 있는 3명 정도의 유력경제인들에게 회장직을 제의했으나 모두 고사하자 고심 끝에 도 단위 봉사단체장으로부터 윤 회장을 추천받았다.
체육회장이 선출직이라지만 투표권을 가진 경기단체 임원 등이 예산지원을 하는 충북도와 체육회사무처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터라 유력 경쟁자들은 이 지사의 지원을 받은 윤 회장에겐 역부족이었다. 결국 윤 회장은 민선 1기 체육회장이라는 상징적 직위와 명예에 사실상 '무혈입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엔 경쟁자 없이 연임에 성공했으며 임기는 2026년까지다. 이런 윤 회장이 최근 오는 10월로 임기 만료되는 충북체육사무처장 임명을 둘러싸고 구설에 올랐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인생역정과 달리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지엽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비치면서 체육계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무처장은 단위 기관장 처우를 받으며 직원 관리와 예산집행 등 내부 살림과 52개 산하 경기단체 관리 지원 및 선수육성, 생활체육 저변확대 등의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다. 직무 성격상 체육 전문성과 행정력을 갖춰야 한다. 포용의 리더십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다.
그동안 이 자리는 사무처 내부 승진이나 퇴직을 앞둔 도청 간부들이 임명 돼왔다. 간혹 지사 선거에 개입했던 체육인사가 임명되기도 했다. 그런데 민선 이후에도 낙하산이나, 퇴직인사 연임설이 돈다는 건 사무처와 체육인들의 자존심 훼손이란 지적이 많다.
충북도 또한 이런 정서를 의식해 민선2기 출범 이후엔 체육회장에게 내부 승진이나 체육인을 중용하는게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회장은 도와의 업무협조 등을 이유로 퇴직을 앞둔 박해운 국장을 추천받아 사무처장에 임명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 오는 10월로 정년을 앞둔 박 처장을 연임키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나돌자 논란이 된 것이다. 먼저 체육계가 부글부글이다.
관선 회장(도지사) 때보다 저조한 업적을 언급하는가하면, '판공비 수준의 출연금(매년 1억원)을 내면서 체육회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등 비판일색이다. 대학을 나와 20여 년 가까이 지역체육인과 함께하며 전문성과 행정력을 쌓아 온 내부 인사가 존재하는데도 낙하산이나 퇴직자 연임 결정은 온전히 윤 회장의 '사적판단'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무처 직원들의 사기와 체육인들의 위상과 화합이란 '공적판단'을 간과한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도나 정치권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스스로 순응하는 윤 회장의 처신은 평소 강직해 보이는 그의 면모와도 배치된다.
특정인을 제외하고 모두에게 불만스럽고 불공정한 인사 패착은 재고돼야 한다.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동안 그의 사회적 공헌마저 '사익'을 위한 수단일 뿐 공인으로선 부족함이 많은 '노회한 사업가'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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