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개발비리' 해 넘기는 검·경 수사 산적…수사력 비판

오송참사·교육청 부정 납품· 보은군 개발비리 등 수사 '하세월'

ⓒ News1 DB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올해 충북에서 발생한 주요 현안 사건의 검·경 수사가 매듭을 짓지 못하고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대부분 '인지수사'가 아닌 내·외부감사나 고발을 통해 범죄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사건임에도 수사가 지지부진해 국가 수사력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이들 사건은 수사결과에 따라 공직사회에 큰 파장을 주거나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처리방향과 시기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주목된다.

◇'25명 사상' 오송참사

검찰은 지난 7월15일 오송참사 발생 이후 수사본부를 꾸려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전방위 수사를 하고 있다.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미호천교 제방공사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을 구속하며 나름 성과를 내고 있으나, 수사는 해를 넘겨서야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9일 충북도와 청주시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부실제방과 관련한 사법처리 대상자를 가닥잡은 검찰이 부실대응 기관으로 칼끝을 겨눈 것이다. 이번 추가 압수수색은 부실 대응기관 공무원들의 신병처리를 위한 막바지 증거 다지기 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참사의 원인을 부실한 제방공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두 기관과 제방과의 관련성을 따져 법적 책임을 지울 대상을 검토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일부 고위공무원 집무실에서 추가자료를 확보하며 '윗선'으로 수사망을 넓혀가는 움직임도 감지되나, 단체장과 부단체장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안에 일부 피의자는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검찰은 구속에 실패한 제방공사 관련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대규모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아가고 있으나, 원인과 책임자는 해를 넘겨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재해전문가들은 수사가 더디고, 선출직 단체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자체적으로 참사 원인을 조사하는 시민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영동군이 구입한 고가의 느티나무. /뉴스1

◇해 두번 바뀐 영동 조경수 비리의혹 수사'영동 조경수 비리의혹' 수사는 1년이 넘도록 경찰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찰은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검찰이 연이은 보완수사를 지시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수사의 핵심은 영동군이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 조성 과정에서 조경수와 조경석을 비싼 가격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다.

경찰 수사에 앞서 2021년 9월 감사원은 군이 다른 예산을 부풀리는 등 문서를 허위로 꾸며 군의회를 속이면서까지 조경수를 비싸게 구입해 특정업체에 혜택을 제공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경찰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주무 부서인 영동군 힐링사업소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문서를 확보한 뒤 박세복 전 군수를 포함한 관련자 28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수개월간의 수사 끝에 한 퇴직공무원이 조경수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군의원에게 전달하려한 정황을 포착하며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일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제동이 걸렸다.

박 전 군수가 내년 총선 출마까지 선언한 상황이어서 지역사회에서는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교육청 부정납품 비리·전 보은군수 특혜 제공 의혹

충북교육청 냉난방기 부정납품 비리와 레포츠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고발된 정상혁 전 보은군수에 대한 수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충북교육청 사건은 전임 교육감 임기내내 무성했던 납품비리 중 일부로 교육청 안팎에서는 교육감 선거캠프 측근으로 불리던 인사를 중심으로 급식기구, 사무기기, 공기청정기 등에서 전방위적인 납품비리가 이어져 왔다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경찰은 충북교육청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아 공무원 2명과 냉난방기업체 관계자 8명 등 모두 10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업체 2곳이 학교, 기관에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냉난방기 267대를 3~4등급 제품으로 바꿔 설치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공무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건지, 결탁은 없었는지 여부 등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다만 경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된 조사 대상자가 많아 수사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상혁 전 보은군수의 특혜 제공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9개월째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정 전 군수가 지난 2020년 속리산 산림레포츠 운영사업자를 공고하는 과정에서 입찰자격이 되지 않는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 전군수는 또 해당 업체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지도 않았는데도 공유재산 사용료 6600여만원을 부당하게 감면해줘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정 전군수가 공무원들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적이 있다고도 보고 있다. 그러나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의혹의 실체규명은 다음 해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지역 납품업체 대표는 "전임 교육감 임기내내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에 의해 납품비리가 이어져 온 것을 지역 업체들은 다 알고 있는데 교육청 감사에 의해 일부 적발된 비리를 수사의뢰한 사건마저 지지부진하다"라며 "납품비리 중 빙산의 일각에 대한 수사도 이렇게 소걸음을 치는 데 어떻게 거악을 척결하겠냐"고 경찰수사를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내용이라 진행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한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수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충북도교육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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