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선출직 정치인이지만 난 행정가…진정성 믿어달라"

"국회 세종의사당·대통령 2집무실 행정수도 기능 완성"
시내버스 무료화 공약 폐기 "질타 받아도 시민 위해 결정"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이 28일 시장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최민호 세종시장은 야당 텃밭에서 보수 기치를 걸고 당선된 첫 여당 정치인이다. 2012년 출범한 세종시는 그동안 시장, 국회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에서의 첫 당선이었다. 최 시장은 당시 "세종시는 험지(險地)를 뛰어넘어 사지(死地)였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으로 그는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세종의사당‧대통령 2집무실 건립 확정 등 굵직굵직한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여당의 엄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설익은 정책 발표, 하나에 꽂히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불도저형 리더십' 등은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서 견제를 받는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1년 연기된 국제정원도시박람회와 대중교통 무료화 철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은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라는 최 시장을 28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먼저 행정수도 완성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종의사당 건립과 대통령 2집무실 설치 상황은.

▶내년 정부 예산안 중 행정수도 인프라 조성을 위한 예산은 세종의사당 부지매입비 350억원, 대통령 2집무실 설계비 10억원이다. 세종의사당은 설계비 147억원(2019~2021년)과 부지 매입비 350억원(2023년)이 확보돼 있다. 대통령 2집무실은 올해 일반연구비 3억원이 편성됐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끌어올리고, 제2수도권 중심도시로 만들 것이다.

- 최근 핵심 공약이던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이 취소되고 세종형 월 정액권인 '이응패스' 추진으로 변경됐다. 공약 후퇴라는 지적이 있는데.

▶공약을 공약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송구스러움이 있다. 송구함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정책은 복지 대책이 아니고 교통 대책이었다.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 효과가 무료화가 더 있을지 아니면 이응패스라는 새로운 정책이 효과가 있을 지는(두고 볼 일이다)…. 이응패스가 더 효과가 있을 거라는 전문가 분들도 꽤 있다.

- 그래도 입장 번복 아닌가.

▶아무도 해보지 않아 검증은 안 되지만 더 효과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내 공약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해 무료화가 되면 재정이 많이 들지 않나. 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시민의 부담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좀 질타를 받더라도 시민의 부담을 줄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내가 취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 긴축재정 기조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진통이 예상된다. 여소야대 상황인데 협치가 가능한가.

▶민주당 의원이 과반수가 넘는다.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를 구해야 일을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느냐, 저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다. 정치적인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얘기를 하면 협치가 안 된다. 내 양심으로 생각할 때 정치적 의도를 가진 예산은 거의 없다. 선출직 정치인이지만 아직도 내 마음의 멘탈리티는 행정가다. 남들은 정치인이라서 여의도 문법을 가지고 얘기하지만 광화문 문법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진정성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 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장, 의원들과의 독대 만남은 하나.

▶신임 의장하고는 행사장에서 늘 만난다.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이러저런 얘기도 나눈다. 의장한테 의장 한 분이라도 좋고 상임위원장 같이도 좋고 전 의원하고도 좋고 언제든지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언제든지 시간이 합의되면 만날 수 있다. 만나고 싶다 그런 얘기를 한다.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이 28일 시장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 2027년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준비에 대해 걱정하는 시민들이 많다.

▶12월 스위스 국제대학스포츠연맹 본부 사람들이 실사를 한다. 세종시 입장에선 운동장 시설(폐회식이 예정된 대평동 종합운동장)이 미비 돼 좀 불안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만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다. 해낸다. 잼버리도 해냈다. 충청도 4개 시도가 함께하는데 대구도 했고 광주도 했는데 못한다? 그건 패배의식이다. 자신감을 갖고 해낼 수 있다. 정부도 이 대회를 성공시켜야 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 경기 김포 서울통합 논의와 관련 시민단체로부터 애매모호한 발언이란 비판을 받았는데.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그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인가. 수도권 내부에서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거나 행정구역 조정하는 문제를 가지고 다른 시도가 수도권-비수도권의 문제로 정치 구도화 시키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 해서 비수도권 인구가 올라가나. 왜 그 문제를 세종시하고 결부시키는지 난 모르겠다. (서울 메가시티에)찬성한 바도 없다. 왜 반대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세종시장 저에 대한 결례고, 정치 공세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완성돼야 하고, 개헌을 해서라도 제2수도로 만들겠다는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자꾸 정치적인 구도로 쟁점화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핵심 공약인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나.

▶금강(錦江)의 비단 금자를 한글로 풀어서 비단강이라고 했다. 강에는 물이 흘러야 하는데 전 정부에서 '이명박 4대강 계획'이라고 해서 세종보를 해체해버렸다. 그런데 이건 4대강 계획이 아니고 2003년도 행복도시 기본계획법에 들어간 것이다. 오류라고 생각해 정부에 다시 막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에서 제 말을 들었는지 여러 검토를 해 내년 4월까지 세종보를 복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수심 2m의 금강 물이 복원되고, 수변 공간 활용 가치가 굉장히 높아진다. 여기에 요트도 띄우고, 수상 스키도 할 수 있고, 수변을 즐길 수 있는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나 위락·관광시설들이 들어설 수 있다. 이게 (비단강)금빛 프로젝트다. 29일 환경부 장관을 만난다. 이미 강 바닥 준설, 수초 정리 등을 요구했고, 지금 다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도 확보했다.

- 지난 27일 출범한 '대한민국특별자치시도협의회'에 대해 듣고 싶다. (이 협의회는 특별자치 지역인 제주도·세종시·강원도와 내년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는 전라북도로 구성됐다.)

▶4개 특별자치시도 시도지사 다 모였을 때 이런 소견을 밝혔다. 우리가 무엇이 부족하고 또 특별히 지원해달라고 특별자치 시도하자는 거 아니다. 4개 시도가 지방분권을 이끌어가는 개척자의 역할을 하자. 테스트 베드 시티 역할을 하자. 예를 들어 지방화 시대 중앙의 권한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갑자기 하기에는 예측이 어려우니 우리한테 (먼저 테스트)해달라는 것이다. 이후 전국으로 확산하면 된다. 지방화 시대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지 우리한테만 특별하게 뭘 해달라 그런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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