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주시 에코프로 3000억 투자 놓칠라…공영개발론 대두

토지보상 문제로 R&D캠퍼스 건립 포기 우려
자치단체 공영개발 대안으로 떠올라

청주 에코프로비엠 본사.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도와 청주시가 국내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의 3000억원짜리 투자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코프로는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을 시행자로 두고 오창과학산업단지 확장 사업을 하고 있다. 오창산단에 맞닿은 청원구 오창읍과 흥덕구 옥산면 일원 14만7000㎡를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내용이다.

에코프로는 오창산업단지를 확장한 뒤 이곳에 15만여㎡ 규모로 그룹사 간 공동 기술개발과 연구 인력을 육성하는 대규모 R&D(연구·개발)캠퍼스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투자규모는 총 3000억원이고 고용창출은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에코프로이엠 연구소 등 전국에 산재한 관련 시설·인력을 한곳에 집중하면서 본사까지 있는 오창은 에코프로그룹의 메카(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현재 오창과학산업단지 확장 승인 고시가 이뤄졌고, 보상 절차를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용지확보다. 사업 대상지 토지주가 현실에 맞는 보상가를 요구하며 토지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에코프로 측은 시세보다 후하게 보상가를 제시했으나 토지주들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토지주와 시행자인 에코프로비엠에서 업체를 정해 각각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결과는 12월 정도에 나올 예정이다. 여기서 절충점을 찾으면 산업단지 확장으로 R&D캠퍼스 건립이 가능하지만, 불발하면 무산될 수 있다.

오창을 포기하면 다음 사업 대상지로 이동채 회장의 고향인 포항이 지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에 대규모 R&D캠퍼스를 건립하고, 본사까지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에코프로 선택에 따라 충북도와 청주시는 대규모 투자유치 호재를 눈앞에서 놓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공영개발'이 거론된다. 충북도나 청주시가 공영개발로 오창산업단지를 확장한 뒤 용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주들은 에코프로와의 협의보상보다 조건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개발과 달리 공영개발은 토지 협의취득률이 없다. 민간개발은 개발 대상지 중 50% 이상을 협의취득으로 소유권을 확보해야 나머지 수용 절차에 들어갈 수 있으나 공영개발은 협의취득률에 관계없이 바로 강제수용이 가능하다.

토지주가 협의보상을 계속해서 거부하면 감정평가로 산정한 보상가를 공탁한 뒤 수용해 버리는 것이 공영개발이다. 공공기여나 공익적 측면을 따지다 보니 토지주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자칫 거센 저항이 나올 수 있는 공영개발보다 에코프로 측에서 시세보다 웃돈을 제시하는 현재가 더 나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도와 시에서는 공영개발까지 검토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와 주민 간 원만한 협의로 만족할 만한 보상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보상 문제는 자치단체가 중재나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공영개발은 아직 검토하지 않는다"며 "감정평가 결과를 가지고 서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