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에 울분 터트린 유족들…"후속 조치·사고 원인 밝혀달라"
미온적 태도 비판…도청서 보낸 근조화환 거절하기도
빈소 방문한 이범석 시장 "최대한 지원할 것" 약속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도에서 온 건 안 받아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유가족들의 분노가 관리 주체인 지자체로 향하고 있다.
홍수경보에도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통행을 금지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등 울분을 터트리는 상황이다.
17일 오전 희생자 빈소가 차려진 충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이곳에는 이번 참사로 숨진 70대 여성 2명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장례식장 복도에 가지런히 놓인 근조화환이 참사의 고통을 보여주는 듯했다.
한 남성이 근조화환을 빈소 옆에 놓으려 하자 유족들이 "어디서 온 것이냐"며 "충북도에서 오는 것은 안 받는다"고 다소 격앙된 모습으로 말했다.
근조화환은 남성이 '다른 곳에서 온 것'이라고 대답하고 난 뒤에야 제자리를 찾았다.
이날 오전 10시30분이 되자 이범석 청주시장이 빈소를 방문했다.
이 시장은 오전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희생자 빈소가 있는 충북대병원 장례식장, 청주의료원 장례식장, 성모병원 장례식장, 하나병원 장례식장 등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이 시장을 만난 유족들은 "사고원인을 분명히 밝혀달라", "후속 조치를 빨리해달라" 등을 요구했다.
굳은 표정으로 조문을 마친 이 시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하고, 재난지원금 등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 일부 유족들이 충북도에 문의한 합동분향소 계획에 대해서는 "장례 절차는 충북도가 주관하는 부분이어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정부 차원의 재난조사팀이 꾸려져 조사할 것 같다"고 답했다.
우회 노선으로 지하차도를 통과하다가 고립된 급행버스 747번의 기사 이모씨(58)는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이른 오전부터 동료 기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료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마지막 운행을 떠나는 이씨를 배웅했다.
동료들이 설명한 이씨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성실한 직원이었다.
그가 몰던 747번도 평판과 실적 등이 좋은 기사들에게 배정되는 중요 노선이었다는 것이 동료들의 설명이다.
근무가 없는 날에는 아침마다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정리 봉사를 하는 등 선행을 아끼지 않아 도지사 표창 등 다수의 상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료는 "10년 동안 버스를 운행하면서 사고를 낸 적도 없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유족들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충북도와 청주시, 사고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대해 울분을 토하고 있다.
특히, 전날 사고 현장에서 웃음을 터뜨린 국장이 소속된 충북도의 미온적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한 유족은 "발인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충북도에서는 유족 측에 후속 조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도로를 관리하는 지자체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도는 "현재 합동분향소 설치 계획은 없다"며 "일상복귀를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수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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