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모셔가려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무단이탈 '비상'

[이슈점검] 보은서 6명 종적 감춰…정부와 지자체 관리 허점
담당 인력 태부족…투명한 관리 시스템 구축 시급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한 농가에서 일손돕기하는 장면. (보은군 제공) /뉴스1

(보은=뉴스1) 장인수 기자 =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속속 입국하면서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지역에서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보은군과 괴산군 등 충북도내 시·군들은 앞다퉈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시기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들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관리·감독 업무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무단이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가 일손 부족 해결…지자체마다 계절근로자 모시기 경쟁

농림축산식품부 발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 8666여명이 입국해 농촌지역에 활동 중이다. 지난해 동기(1373여명)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농촌지역 외국인 근로자 배정 규모는 지난해 2만2200명에서 73% 늘어 역대 최대인 3만8418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충북 보은군은 베트남 하장성에서 온 49명의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지난달부터 알프스휴양림의 산림휴양관에 체류하며 농가 일손을 돕고 있다.

필리핀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오는 8~9월쯤 입국해 보은서 일손 돕기에 나설 예정이다.

괴산군에도 지난 4월에 필리핀 아마데오시에서 입국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가에서 일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캄보디아와 필리핀에서 입국한 계절근로자 200여명이 농가에 배치돼 일손 돕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 보은군-베트남 하장성 계절근로자 도입 업무협약 장면. (보은군 제공) /뉴스1

◇보은군 6명 무단이탈…베트남 파견 공무원 1명이 관리

보은군에서 지난 10일 0시~오전 4시 사이 알프스휴양림에서 합숙하던 베트남 계절근로자 49명 중 20∼40대 남성 6명이 종적을 감췄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장성에서 3개월짜리 취업비자(C4)로 입국해 남보은농협 주선으로 농촌 일손을 돕던 중이었다.

계약 농가에 머물며 일손을 돕는 형태가 아니라 합숙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농가에 파견돼 농사를 돕는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다.

군은 출입국관리소와 베트남 하장성에 이 사실을 알린 뒤 복귀를 종용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동선은 오리무중이다.

이들은 베트남 하장성에서 파견한 공무원 1명이 관리했고, 보은군은 이렇다 할 관리 매뉴얼이 없었다.

산림휴양림 주변에 설치한 CCTV조차 화질이 좋지 않아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무단잠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 운영계획·비자 승인 업무…행정절차는 지자체 몫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과수·채소류 등 농업의 계절적·단기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외국인을 단기간(최장 5개월) 고용하는 제도다.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현재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처음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지역농협이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급여를 제공하고, 농가는 지역농협에 신청해 하루 단위로 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계절근로제 관련 주요 업무로 출입국관서 사전심사, 배정심사협의회 주재, 출입국관서 외국인등록 등 일반적인 운영계획과 비자 승인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외국 자치단체와의 업무협약(MOU) 체결, 입국 전후 계절근로자·고용주 교육, 임금통장 발급 준비 등 실질적인 행정절차 대리 업무는 모두 지자체 몫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촌지역 지자체의 담당 인력이 크게 부족한 지자체들이 체계적인 관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자체 공무원 1~2명이 많게는 수백 명의 외국인 계절노동자 관련 업무를 떠맡으면서 관리·감독에 큰 구멍이 생긴다. 불법 브로커들이 그 허점을 파고들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무단이탈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농촌 외국인 계절근로자 '관리 플랫폼' 구축 한목소리

보은군의회 장은영 의원은 382회 1차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현행 외국인 계절근로자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농촌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다문화가정 가족 초청 등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담당 공무원이 1~2명에 그쳐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계절근로자의 불성실 근무, 무단이탈과 문화적 갈등 해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브로커 등을 통해 계절근로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체류를 무릅쓰고 무단이탈을 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일각에서 구멍 난 제도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되는 만큼 당국이 이른 시일 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투명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jis49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