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테러·흡연 폭행' 악성민원에 멍드는 공무원…"근본 대책 필요"

한 달 새 충북·세종서 공무원 폭행 잇달아
"악성 민원은 민원 범죄로 인식해야"

악성민원 모의훈련. (자료사진) /뉴스1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최근 충북과 세종에서 행정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공무원을 흉기로 찌르거나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경찰과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4시쯤 세종시 조치원읍 행정복지센터 소속 공무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이 40대 남성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다쳤다.

A씨는 생계의료비와 주거 급여비를 신청했으나 전화로 신청이 힘들것 같다는 말을 듣고 흉기를 챙겨 읍사무소를 찾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흉기에 다친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고, A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달 29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행정복지센터 소속 한 공무원은 사무소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난동을 부리던 B씨(65)에게 얼굴을 폭행당했다.

B씨 역시 술에 취한 채 에너지바우처 지원 문의를 하러 왔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행패를 부렸다. 그는 이번 일이 벌어지기 전에도 두 차례 폭언을 하다 경찰에 인계됐다.

이틀 후에는 음성군 원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농지취득 관련 서류를 발급받으려던 C씨가 민원창구에 있던 기물을 파손하고 담당직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민원담당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정신적, 신체적으로 위협받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미온적인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을 향한 폭언·폭행이 잇따르자 도내 지자체는 음성녹음과 촬영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캠을 지급하고, 경찰과 합동으로 실제 상황을 가상한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폭언 등 악성민원 증거가 있어도 고발 같은 적극적인 대처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데다 일단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야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높다.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할 예산도 확보되지 않아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민원담당 공무원에게 폭언 등 사례가 나와도 보복을 우려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대다수다.

최상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장은 "악성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직접 나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악성민원이 지속되다보면 점점 도를 넘어서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원을 가장한 악성민원은 민원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4월5일 충북 보은군 공무원노조가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을 폭행한 악성 민원인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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