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돼도 구제받을 길 여전히 '막혀'

자연재난 구호 규정 주택침수로 인정하지 않아
국회의원·도지사·시장 제도 개선한다더니 '말뿐'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한 아파트 단지 골목이 이날 내린 비로 잠겨 있다. 이날 청주에는 하루 사이 2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2022.8.10/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 청주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기지로 지하주차장 침수를 막았지만, 자칫 수해를 입었더라도 구제받을 길이 여전히 막혀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요구된다.

지난 9일 내린 비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자 입주민들은 주차장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바가지로 물을 퍼내 가까스로 침수를 막았다.

해당 아파트는 2017년 7월16일 기록적인 폭우로 청주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당시 지하2층 주차장이 침수됐었다.

지하에 있는 변전실과 기관실 등이 물에 잠기면서 세대마다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끊겨 무더위에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엘리베이터 가동도 안 돼 노부모를 모시는 입주민들은 업어서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정부와 청주시로부터 이렇다 할 지원은 받지 못했다.

자연재난으로 분명한 피해가 나타났어도 행정안전부 관련 규정에서 이를 주택침수로 인정하지 않아서다.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주택침수는 주택·주거를 겸한 건축물의 주거용 방바닥이 물에 차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이나 변전실, 기관실이 침수돼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해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드시 주택이 물에 잠겨야만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이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으로 당시 입주민들은 사실상 수재민이었음에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국세납부 유예나 건강보험료와 전기료, 통신요금, 도시가스요금 등을 감면받는 간접적인 혜택에서도 제외됐다.

폭우로 피해를 본 입주민들은 피해를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규정에 분통을 터뜨렸지만, 5년이 지난 현재도 변한 것은 없다.

당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지사, 시장이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나섰지만 말 뿐이었다.

규정이 현실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 아파트 사례처럼 자연재해를 입어도 복구비용은 피해자가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도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주거공간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침수로 발생한 피해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가정 내 집기류나 방바닥 침수로 수리가 필요할 때만 인정받는다"고 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