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기적' 넘어 '제2낙동강 기적'…2026년 'TK특별시' 출범(종합)

행안부·지방시대위 중재안 바탕으로 합의문 서명
대구·안동·포항 공동 청사…시·군·자치구 사무유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련 4자 회동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박우영 기자 = 무산 위기에 놓였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극적으로 합의되며 2026년 7월 '대구경북(TK)특별시' 출범에 본격 속도가 붙었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갖추게 되는 대구경북특별시는 '한강의 기적'을 넘어 TK지역의 '낙동강 기적'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논란이 됐던 '청사'는 통합하지 않고 대구와 경북의 각각 청사를 활용해 소재지별로 기능을 배분한다. 청사 관할구역도 별도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대구시, 경북도는 21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수도에 준하는 통합자치단체 출범…대구시·경북도 폐지

이상민 장관은 "앞으로 하나가 될 대구와 경북은 지역 발전을 이끄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춰 대한민국 핵심의 성장축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 역시 통합을 적극 지원하라고 거듭 당부한 만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반드시 대구와 경북의 통합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4개 기관은 6월 대구·경북 통합에 공식적으로 합의한 후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도청 소재지, 시·군·자치구 권한 등을 두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견을 보이며 한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행안부와 지방시대위는 지난달부터 두 개 지자체를 중재하며 △대구광역시·경상북도 폐지 후 수도에 준하는 위상의 통합자치단체 출범 △정부의 권한 및 재정 이양, 시·군·자치구의 사무 유지 △대구와 경북의 청사 활용 및 관할구역 미설정 △수도에 준하는 위상의 부시장과 소방본부장의 직급 및 정수 △양 의회의 합동 의원총회 통해 의회 소재지 결정 △시·도의회 의견 청취 원칙과 주민 의견 수렴 노력 6개 항을 담은 중재안을 제안했다.

합의문에 따라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폐지된다. 종전의 관할구역을 통합해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대구경북특별시'로 하며 대구경북특별시의 법적 지위는 광역시와 도(道)를 통합한 취지를 고려해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으로 한다.

통합의 실질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구경북특별시에 경제산업 육성, 균형발전, 광역행정 등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및 총괄·조정·집행 기능을 부여하는 등 관련 조치를 한다.

대구경북특별시의 청사는 현재의 대구광역시 청사, 경상북도 안동시·포항시 청사를 활용한다. 통합 이후 기능과 권한 등에 따라 청사의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대구경북특별시의 부시장과 소방본부장의 직급과 정수는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에 부합하도록 설정하고 부시장의 사무분장과 배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대구경북특별시의회 소재지는 대구광역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합동 의원총회에서 결정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련 4자 회동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홍준표 "팔도체제 깨졌다"…이철우 "일극 체제 균형발전 시키는 것 중요"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합의는 지방행정에 일대 혁신으로, 100년 동안 이어지던 '팔도 체제'가 깨졌다"며 "대구경북특별시를 위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남았는데, 더불어민주당 역시 100년 만에 이뤄지는 지방행정개혁에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대구와 경북은 원래 한 뿌리, 한 도시였으나 분리 이후 더 발전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며 "중앙집권제를 지방분권화하고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균형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전라도, 부울경도 통합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며 "'대구경북특별시'로 국개대개조의 새로운 길을 찾고, '한강의 기적'을 넘어 '낙동강의 기적'을 일으킬 계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연내 특별법 발의, 범정부 협의체 구성 통합 지원방안 마련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이번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과거 몇차례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행정통합 사례와는 달리 이번 대구·경북의 통합은 철저히 지방정부 주도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 (이번 통합을 계기로) 지방과 중앙정부의 새로운 역할은 물론 지방시대의 새 모델이 정립됐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앞으로 공동 합의문을 토대로 통합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대구·경북 통합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범정부 협의체에 대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산업부 등 실질적으로 지원할 기관들로 구성할 계획"이라며 "협의를 지원할 추진단 역시 행안부 중심으로 만들어진다"고 전했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서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특별법이 발의될 것"이라며 "정부가 법안을 발의할 경우 심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의원의 동의를 얻어 의원 발의로 추진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관련 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