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서 해맞이 장관"…'낭만 동해선 개통' 부산~강릉 '북적'(종합)

"짬뽕순두부 무러 왔으예" 강릉 곳곳 사투리
"바다보며 힐링" 부전역도 강원·경북권 손님 '북적'

을사년 새해 첫날인 1일 부산(부전역)에서 출발한 ITX-마음 1252 열차가 강릉역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부터 동해 중부선 삼척∼포항 구간이 개통되면서 강릉에서 부산까지 환승 없이 열차로 달릴 수 있게 됐다. 2025.1.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강릉·부산=뉴스1) 윤왕근 장광일 기자 = "와~ 저기 해 떠오른다."

을사년(乙巳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7시 31분쯤 강릉발 부산(부전역)행 ITX-마음 열차 안에서 승객들의 환호가 울려퍼졌다.

울진~영덕 구간을 지나던 이 시각 차창 밖 펼쳐진 수평선 위로 올해 첫 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해가 막 떠오를 땐 터널 구간에 잠시 가려졌지만, 터널을 빠져나오자 동해바다가 붉게 물든 모습에 승객들은 황홀함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5시 28분 강릉역을 출발한 이 열차는 포항역과 삼척역을 잇는 166.3㎞ 구간(동해중부선)이 신설됨에 따라 비로소 완성된 '동해선'의 첫 열차다.

새해 첫 해를 '동해선 낭만철도'에서 맞은 탑승객들은 오전 10시 16분쯤 부전역에서 하차했다.

부전역에 내린 승객들은 캐리어를 끌거나 배낭에 작은 손가방을 들고 있었다. 역에 정차된 기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일행과 "어디부터 가야하나"며'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합실에서는 안내판에 붙어있는 열차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거나 이곳에 비치된 책, TV를 보며 앉아있었다. 역 안에 식당과 카페는 사람들이 몰려 비교적 북적이기도 했다.

동해역에서 열차를 탄 최미소 씨(37)는 "아직까진 버스를 타고 부산에 오는 것과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 같진 않다"면서도 "철도에서 바다를 보면서 오니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1일 오전 이날부터 완전 개통된 동해선 부전역에 도착한 ITX-마음 열차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2025.1.1/뉴스1 ⓒ News1 장광일 기자

비슷한 시각, 강릉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부산 사투리가 곳곳서 들리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0시 36분쯤 동해안 최북단 고속철도 역사(驛舍)인 강릉역 승강장에 'ITX-마음' 1252 열차가 멈춰섰다.

온몸에 빨간색 분을 발라 예쁘게 치장한 열차는 4량에 승객 250여명을 싣고 포항과 삼척 등 동해안을 따라 370㎞를 달려 종착역인 강릉에 도착했다.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마중'을 나간 김홍규 시장 등 강릉시 관계자들은 객차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강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리며 환영단과 취재진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대합실을 빠져 나온 승객들은 택시나 버스를 타고 경포해변이나 안목커피해변 등 강릉지역 명소로 이동했다. 패키지 상품을 통해 강릉을 방문한 승객들도 많았다.

을사년 새해 첫날인 1일 강원 강릉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내 먹거리 골목이 식도락객으로 가득하다. 이날은 부산(부전역)에서 출발한 동해선 열차를 통해 강릉을 방문한 영남권 나들이객으로 인해 평소보다 시장통이 더욱 붐볐다. 2025.1.1/뉴스1 윤왕근 기자

지역 먹거리가 가득한 강릉중앙시장 내에는 기존 수도권, 지역 방문객과 부산에서 온 나들이객이 섞여 평소 주말보다 더 발 디딜틈이 없었다.

관광객들은 시장 명물인 닭강정을 한손에 들고 먹거리 코너를 이리저리 돌며 전병, 메밀전, 오징어순대 등 맛집 투어를 즐겼다.

부산에서 온 김성현씨(39)는 "현지에서 짬뽕순두부를 먹어보고 싶어서 맛집을 가보려고 하는데 손님이 많을까봐 걱정"이라며 "유명 커피숍 본점도 들려서 따뜻한 드립 커피도 한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모 씨(50대)는 "강릉은 항상 와보고 싶었는데, 운전 엄두가 안나 포기했었다"며 "다음엔 눈이 많이 오는 날 기차로 와서 설경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운행을 시작한 해당 노선은 ITX-마음(시속 150㎞)이 투입돼 부산(부전)에서 강릉 간, 하루 왕복 8회 운행한다.

포항에서 삼척까지 약 1시간 40분(166.3㎞), 부산에서 강릉까지 약 4시간 50분(363.8㎞)이 소요된다. 동대구에서 강릉 구간에는 ITX-마음(하루 왕복 2회)과 누리로(하루 왕복 6회)가 운행한다.

내년 말에는 KTX-이음(시속 260㎞)이 투입, 두 지역을 오가는 시간을 더 당긴다.

을사년 새해 첫날인 1일 부산(부전역)에서 출발한 ITX-마음 1252 열차를 타고 강릉역 승강장에 도착한 탑승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부터 동해 중부선 삼척∼포항 구간이 개통되면서 강릉에서 부산까지 환승 없이 열차로 달릴 수 있게 됐다. 2025.1.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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