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통보에 흉기로 잔혹 살해…"계획범행 아냐" 변명
지인에 "사람 죽이고 뉴스 나올 것"…자상만 60여 곳
검찰 무기징역 구형, 12일 선고공판
- 윤왕근 기자
"어리석은 죄인의 잘못으로 큰 상처를 입은 유가족에게 속죄합니다. 다만 절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교제하던 노래주점 여성 종업원의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흉기를 휘둘러 재판에 넘겨진 40대 A 씨가 지난달 14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법정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검찰은 "사회와 영구격리가 필요하다"며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 씨는 재판이 끝나고 법원 경위에게 이끌려가면서까지 "재판장님, 절대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 아닙니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과연 A 씨 말대로 이 사건은 '계획 범행'이 아닌 '우발 범행'에 가까웠을까.
A 씨에게 살해당한 B 씨(40대·여)는 강원 동해시 송정동의 한 노래주점에서 근무하다 손님으로 드나들던 A 씨를 알게 됐고, 지난해 10월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이들의 관계는 8개월 만에 끝이 났다. 지난 7월 9일 B 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A 씨는 B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B 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A 씨는 지인에게 연락해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 가겠다. 뉴스에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7월 10일 새벽 A 씨는 흉기를 챙겨 B 씨의 근무지로 향했다.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B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흉기까지 챙겨 노래주점에 들어간 A 씨. 준비한 흉기만으로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노래주점에 있던 또 다른 흉기를 자신의 가방에 챙겨넣기도 했다.
범행을 시작한 A 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와 주점에서 챙긴 흉기로 B 씨에서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깨진 소주병과 맥주병도 범행에 이용했다.
검안 결과 B 씨가 입은 자상만 60여 곳. 상처를 입은 부위도 일정치 않고 여러 군데 나눠져 있었다. '잔혹' 그 자체였다.
A 씨 사례는 한국 성인 범죄자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결과에서 강력범죄 재범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다.
검찰은 이 같은 전후 상황을 볼 때 A 씨의 범행을 계획적이라고 판단했다.
범행 직후 도주했던 A 씨는 2시간 30분 만에 동해 북평동의 한 공원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 당시 만취 상태였던 그는 면허 없이 운전대를 잡은 사실도 확인돼 검찰 공소장엔 '무면허 음주 운전' 혐의도 추가됐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살인 범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똑같은 범행이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고 교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에서 A 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우발 범행'을 주장했다. 또 앓고 있는 정신질환 병력을 이유로 범행 당시 '심신 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입장이다.
계획적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A 씨. 그 죗값은 12일 오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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