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서 훈련 받다 숨진 일병 부모 "죽음 제대로 밝혀달라" 호소

군인아들부모님카페에 숨진 A 일병 측 호소문 올라와
“후송 과정 등 정확한 사고원인·경위 면밀하게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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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강원 홍천 아미산에서 훈련 중 굴러떨어져 숨진 A (20) 일병의 부모가 호소문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호소했다.

3일 군인아들부모님카페에 따르면 작성자는 “올해 2월 논산으로 입대해 자대배치를 홍천의 한 부대로 전속받고 근무 중이었다”며 “지난달 25일 오후 4시 56분쯤 아들이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고, 무전기를 메고 있어서 정신을 잠시 잃었었다는 전화를 군으로부터 받았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퇴근 후 아이가 신을 실내화와 작은 짐을 챙겨 원주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 중 대대장으로부터 ‘A 일병이 심정지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아들은 하얀 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여있었고, 이미 차갑게 식은 상태였다”며 “군 수사당국과 대대장 등 많은 군인이 저희 부부에게 사건 발생 경위를 설명해 줬다”고 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8시쯤 무전병 3명은 내려오라는 방송을 듣고 장비를 싣고 훈련 장소인 아미산으로 출발해 통신장비를 가지고 산에 올랐다. 훈련 참가 인원은 5명으로 중사, 하사, 운전병, 상병, A 일병이었다.

중사는 차에서 체크할 게 있다는 이유로 대원들을 올려보냈다. 차에 대기 중인 운전병은 중사를 대신해 12㎏의 장비를 멨다. 하사는 12㎏, 상병은 14.5㎏, A 일병은 25.16㎏의 장비를 각각 메고 산에 올랐다.

수사과정에서 운전병은 예정에 없던 훈련을 하게 돼 전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었고, 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사는 훈련에 참가했어야 하지만 차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훈련 인원이 올라가던 중 A 일병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인지했으며, A 일병이 살려달라는 말을 듣고 오후 2시 29분쯤 찾아 나섰다.

일정대로라면 오후 1시에 끝나 부대 복귀 후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그때까지 점심도 못 먹고 계속 산을 오르고 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힘이 빠져 구른 것 같다고 추정했다.

작성자는 “아이를 발견하고 26분을 부대 소대장, 중사 등과 통화하며 (시간을) 버렸고, 산이 험해 지상구조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의무 군대종합센터에 신고는 1시간 뒤에야 했다”고 밝혔다.

또 “신고 후 1시간 52분 뒤 군(헬)기가 도착했으나 아이를 싣고 이륙하는 데 실패해 다시돌아갔고, 다시 소방헬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도중 아이가 심정지가 와서 CPR을 26분간 실시했다”며 “결국 살리지 못하고 소방헬기가 왔을 때는 심정지된 상태로 병원에 이송해 사망판정을 받게됐다”고 설명했다.

작성자는 “우왕좌왕하며 '이거 잘하면 O되는 거야'라고 말하며 잘못하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잘다녀오겠다고, 건강하게 있으니까 걱정말라던 아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고,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자식은 없다. 모든 게 원망스럽기만 하고,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은 평생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아들의 죽음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게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무엇이든 알려주고 진실에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게 정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해당 군단 측은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수행 중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한다"며 "현재 군 및 민간 수사기관에서 후송 과정 등을 포함해 정확한 사고원인과 경위에 대해서 면밀하게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 수시로 유가족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군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명예를 위한 최고의 예우를 다하고, 유가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A 일병은 지난달 25일 오후 2시 30분쯤 홍천 서석면 아미산에서 훈련 중 굴러떨어져 출동한 119 응급헬기를 이용해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다 4시간 만에 끝내 숨졌다.

군과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