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 준비하는 병원에 흐른 선율…관객들은 '앵콜'을 외쳤다

하슬라국제예술제 '갈바리의원'서 아웃리치 공연

아시아 최초 호스피스 병원인 강원 강릉 갈바리의원에서 17일 제1회 하슬라국제예술제 아웃리치 공연이 열리고 있다.2024.10.17/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삶을 끝자락을 앞둔 이들이 음악으로 치유되길 바랍니다."

17일 오후 강원 강릉 갈바리의원. 삶의 끝자락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병원인 이 의원엔 이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퍼졌다.

올해 처음 시작한 '2024 하슬라국제예술제'의 아웃리치 공연이 갈바리의원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병원 2층 로비는 공연을 보기위해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로 가득찼다. 환자들은 병상에 눕거나 링거를 꽂고 나와 공연을 즐겼다.

공연에선 낭만시대 작곡가들의 작품들의 주로 연주됐다. 예술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쇼팽의 '녹턴, Op.9 No.2'를 시작으로, 쥘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 '명상곡',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등 환자들이 평소 자주 들어볼법 했을 명곡들이 흘렀다.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은 관객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적셔갔다. 관객들이 감화하자 피아니스트 조재혁과 바이올리니스트 후미아키 미우라, 첼리스트 송영훈도 더욱 정성스러운 연주를 펼치며, 관객들과 하나가 됐다.

관객들의 열띤 호응으로 "앵콜"이 외쳐지는 모습도 펼쳐졌다. 앵콜곡은 앞선 2악장과 대비되는 빠른 템포의 속도감 있는 ‘스케르초’ 악장이 연주, 연주자들의 빛나는 테크닉을 경험할 수 있었다. 속도감 있는 연주가 흐르자 조용하고 한적한 병원이 뜨거운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이날 공연을 위해 갈바리의원에선 오래된 피아노를 꺼내 피아노의 먼지를 닦았다고 한다. 크고 울림이 풍부한 최고급 스타인웨이 피아니스트와는 달리, 조율이 덜 된 업라이트 피아노에서는 이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운치가 묻어나왔다.

갈바리의원의 한 봉사자는 “이렇게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훌륭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이곳 병원에서 듣게 되어 매우 감동적이었다"며 "오래도록 기억될 순간으로 마음 깊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혁 예술감독은 “이곳 연주는 우리 연주자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라며 “아름다운 곡들로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1회 하슬러국제예술제 아웃리치 공연이 열린 강원 강릉 갈바리의원 내에 공연팀을 환영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2024.10.17/뉴스1

공연이 열린 갈바리의원은 1965년 개원한 아시아 최초 호스피스 병원이다. 호주에서 파견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세운 이 병원은 호스피스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 생애 마지막을 앞둔 환자들의 동반자가 되어준 곳으로, 60년 가까운 헌신의 세월이 서려 있다.

조재혁 예술감독은 올해 처음 열리는 하슬라국제예술제를 준비하면서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강릉아트센터 뿐 아니라 ‘초당 성요셉 성당’, ‘카페 마눌’ 그리고 이곳 ‘갈바리의원’에서 공연을 준비했다. 삶을 끝자락을 앞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음악으로 치유하며, 예술이 지닌 위로의 힘,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강릉아트센터에서의 메인 콘서트도 중요하지만, 지역과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아웃리치 공연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는 하슬라국제예술제가 강릉의 것이며, 나아가 예술이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관객과 연주자 모두 한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