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픈 강원 공무원…개소 1년 된 '마음건강센터' 이용률 전국 최다

지난해 1만6211건 '전국 최다'
폭언·폭행 비일비재…시의원 과도한 자료 요구까지

녹음기능 탑재한 공무원증 패용한 속초시청 직원.(속초시 제공) 2024.3.12/뉴스1

(춘천=뉴스1) 윤왕근 기자 = 최근 전국 지자체에서 폭언이나 '좌표찍기' 등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사례가 잇따른 가운데, 공무원과 그 가족의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마음건강센터'에 강원지역 공무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시을)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전국 공무원 마음건강센터 이용 건수는 2019년 2만79건에서 2020년 2만3423건, 2021년 3만2279건, 2022년 2만5643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7만5938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전국 9곳에 위치한 마음센터 중 지난해 개소한 춘천센터의 경우 당해 이용이 1만6211건에 달하면서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이용 건수를 기록했다.

강원지역에 마음건강센터가 처음 개소하면서, 이를 이용해보고자 하는 심리를 감안하더라도 문 연지 1년 밖에 안된 시점에서 공무원 이용 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춘천시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요구가 과도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공무원노동조합 춘천시지부.(뉴스1 DB)

실제 지난 4월 춘천시에서는 시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 사용하겠다며 담당 공무원에게 A4 용지 24만장 분량의 서류를 요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지난달 강릉에서는 민원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강릉시 민원콜센터에 175차례 전화해 공무원에게 폭언과 협박을 일삼은 '악성 민원인'을 강릉시가 경찰에 고발조치 했다.

이 '악성 민원인'은 공무원에게 "흉기를 들고 찾아가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고, 서류로 공무원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소란으로 같은 기간 경찰이 3차례 출동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4년간(2020~2023년) '직장 문제'로 전국 9곳 마음센터를 이용한 공무원 중 '직무 스트레스'가 1만3217건(64.4%)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조직 내 갈등(4477건·21.8%) 등이 차지했다.

한병도 의원은 “초등학교 교사부터 국민권익위원회 국장에 이르기까지 공직사회 전반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악성 민원인이나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마음건강센터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지난 2019년 공무원의 심리적 고충을 전문적으로 치유하여 재해를 예방하고 사기를 진작하겠다며 ‘정부청사 공무원 상담센터’를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로 확대·개편했다. 현재 서울과 춘천을 비롯해 과천, 대전, 세종(2개소) 등 전국에 총 9곳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