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빠따 12대"…직장 괴롭힘 사망 스물다섯 청년 '산재 인정'

고(故) 전영진 씨 생전 모습.(유족 제공)/뉴스1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첫 직장에서 도를 넘는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물다섯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청년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2일 박혜영 노무사 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故) 전영진 씨(당시 25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심의한 결과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지난 9일 판정했다. 이후 사건이 지사로 내려왔고, 영진씨의 사망이 산재로 인정 승인됐다는 내용을 최근 통보받았다.

앞서 1․2심 법원은 직장상사 A 씨(41)의 형사재판에서 “A 씨의 범행이 피해자(영진씨)의 사망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 내지 ‘직장 내 갑질’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이러한 법원 판단도 산재 인정 심의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속초지역 자동차부품 업체에 근무하던 A 씨는 지난해 3월 초 사무실 앞마당에서 직장 후배인 영진 씨에게 화를 내며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같은 해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B 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비슷한 식으로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12대야", "이 개X끼가 뒤지려고, 안 맞으니 풀어져서 또 맞고 싶지? 오늘 한번 보자" 등 폭언을 86회에 걸쳐서 하고, 16회에 걸쳐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처럼 첫 직장에서 생지옥을 견디다 못한 영진 씨는 지난해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영진씨의 유족 측은 형사사건 외에도 A 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회사 대표는 “당시 일에 대해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