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빨랐으면 살 수 있었을 것” ‘얼차려 사망’ 동료들 법정 첫 증언
군장 빈곳 책 40권 채우게 해…동료 4명 “피고인 처벌 원해”
일부 훈련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판정
- 이종재 기자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지난 5월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숨진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훈련병 4명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호소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이날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씨(27·대위)와 부중대장 남모씨(25·중위)의 1심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에는 숨진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동료 훈련병 4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첫 번째 증인신문에 나선 훈련병 A 씨는 “취침점호 이후 ‘얼마 안 남았으니까 힘내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부중대장이 알루미늄 야구배트를 들고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러면서 ‘취침시간인데 왜 떠드냐. 군기위반을 했다. 내일 기대해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부중대장이 완전군장을 하라고 하며 군장의 빈 공간은 책으로 채우게 했다. 책은 40권이 넘게 들어갔다”며 “체감상 무게는 30~40㎏ 정도가 됐던 것 같고, 군기훈련 과정에서 훈련병의 건강상태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A 씨는 “부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 보행을 지시했고, 이후 나타난 중대장이 뜀걸음과 팔굽혀펴기를 지시했다”며 “군장에서 책이 떨어지면서 넘어진 훈련병에게는 ‘하루 종일 뛰어라’라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숨진 훈련병에 대해서는 “당시 응급처치 등 대처가 빨랐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의 형사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훈련병 B 씨도 “최초 군기훈련은 부중대장이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를 걷도록 지시했다”면서 “이후 나타난 중대장이 뜀걸음과 팔굽혀펴기를 지시했다. 훈련 중 물을 제공받거나 휴식시간을 부여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지시했을 때가 더욱 강압적인 분위기로 느껴졌다”며 “군기훈련 중 숨진 훈련병이 쓰러졌을 때 ‘엄살 부리지 말라’, ‘너 때문에 다른 애들 다 힘들어하는 거 안 보여’라며 욕을 하며 계속 혼냈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오늘 오전에 병원에 가서 진료결과를 받았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진단이 나왔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이밖에 이날 법정에 선 또 다른 훈련병 2명도 증인신문에서 군기훈련을 받게 된 사유와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했다.
이들 중대장‧부중대장은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고(故) 박 모 훈련병 등 6명에게 완전군장 상태의 보행, 뜀걸음, 선착순 1바퀴, 팔굽혀펴기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방식의 군기훈련을 명령, 집행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학대·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 훈련병이 사망에 이른 경위·경과를 집중적으로 수사했으며, 그 결과 '기상조건, 훈련방식, 진행경과, 피해자의 신체조건을 종합하면 학대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경찰이 앞서 중대장·부중대장을 송치했을 당시의 업무상 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를 이들에게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13일 오후 3시에 나머지 예정된 증인에 대한 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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