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훈련병 응급 처치한 의사 병원 떠나

속초의료원, 동료 응급 의사도 사직서 제출
전문의 3명 밖에 안남아

지난해 초 의료진 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단축 운영 당시 속초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 붙었던 안내문.(뉴스1 DB) ⓒ News1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한귀섭 윤왕근 기자 = 강원 속초의료원의 응급의사(전문의) 5명 중 2명이 퇴사 한 가운데 떠난 의사 2명 중 1명이 육군 12사단에서 얼차려를 받다 숨진 훈련병을 응급처치한 의사로 확인됐다.

6일 뉴스1 취재 결과 의사 A 씨는 지난 5월 23일 육군 12사단에서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져 속초의료원 응급실로 실려 온 훈련병의 진료를 맡았다.

A 씨는 훈련병의 피검사와 CT 검사 등을 한 뒤 훈련병의 병명을 횡문근흉해증으로 진단했다. 응급처치를 진행한 A 씨는 훈련병이 더 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판단해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훈련병은 이틀 뒤인 25일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졌다.

이후 숨진 훈련병의 사건이 공론되면서 의료진들이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이어졌다. 결국 그는 최근 자신이 다니던 속초의료원에 사표를 냈다. 또 A 씨와 함께 근무한 의사 B 씨도 사표를 냈다. 이들 사직서에는 ‘개인 사유와 건강 악화’가 써있었다.

B 씨는 SNS 등에 훈련병을 사망케한 가해자 조사 대신 경찰이 의료원을 조사하고 CCTV를 가져하는 등 의료진에게 화살을 돌리려는 듯한 행태를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의료원 응급실은 의료진 보호와 중증환자 중심으로 제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오는 8~10일, 14일, 22~24일까지 총 7일 간은 아예 응급실이 운영되지 않는다.

의료원은 올 1월부터 의료진 채용을 위한 공고를 10차례 진행했으나 충원에 거듭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2월부터 시작된 의료계 집단행동의 여파로 의료진 채용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강원도는 지난 3일 도 공공의료과, 소방본부, 속초시보건소, 의료원이 응급실 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 4일에는 속초시보건소, 속초소방서와 의사회를 포함한 관계기관이 추가 회의를 해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경희 도 복지보건국장은 전날 "속초의료원 홈페이지와 병원에 축소운영 안내를 게시하고 전화안내 등 홍보를 강화해 주민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중증환자 발생 시 강릉아산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긴급 이송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