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 빈 곳 책으로 채워" ‘얼차려 사망’ 중대장·부중대장 송치(종합)
규정없는 군기훈련…직권남용 가혹행위·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 이종재 기자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육군 12사단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기고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해당 부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27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이날 직권남용 가혹행위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훈련병 1명을 사망케 한 중대장 A씨와 부중대장 B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중대장은 사건 당일인 23일 오전 중대장에게 구두보고 후 승인을 받고 군기 훈련을 실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기훈련은 전날 취침 점호 이후 훈련병들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실시됐다.
군기훈련은 관련법령을 준수해 군기훈련 실시 전 훈련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군기훈련의 실시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기회를 부여한 후 실시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훈련 대상자의 신체상태와 훈련장 온도지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오후 4시26분쯤 부중대장은 보급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빈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하는 방법으로 비정상적인 완전군장을 하도록 한 후 총기를 휴대하고 연병장을 2바퀴 보행하게 했다.
뒤이어 나타난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으로 뜀걸음 1바퀴 실시한 후 팔굽혀펴기와 또다시 뜀걸음 3바퀴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5시11분쯤 박 모 훈련병이 쓰러졌다. 결국 박 훈련병은 중대장‧부중대장의 지시로 '완전군장 상태 구보 및 팔굽혀펴기' 등 군 규정에 없는 군기훈련을 받다 쓰려져 치료를 위해 민간병원으로 후송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결국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열사병 위급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신속한 응급처치를 지체한 과실로 의무대를 거쳐 민간병원으로 후송된 박 훈련병을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고, 이같은 내용이 경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지난 17일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는 박 훈련병의 사인은 열사병 및 그 합병증 탓에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우선 고려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은 그동안 20명 이상의 군과 의료 관계자를 조사해 군기훈련 과정 전반 및 의무대의 응급처치, 민간병원 후송 과정, 의료진의 진료내역을 종합적으로 수사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사망원인 규명,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5일 군 수사대로부터 사망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받고, 현장감식과 국과수 부검에 참여했다. 이후 같은 달 28일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전담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강원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달 10일 중대장과 부중대장 A·B 씨를 정식 입건,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18일 춘천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튿날인 19일 A 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가혹행위 및 업무상과실치사다.
춘천지법 신동일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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